최첨단 반도체 제조 기술을 빼낸 뒤 중국에 공장을 세우려다 지난 6월 적발된 전직 하이닉스반도체 직원들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이번 사건의 특징은 단순히 외국 기업에 기술을 팔아넘기는 것이 아니라 직접 해외에서 공장을 설립하려 했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장성원 판사)은 22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 하이닉스 생산기술센터 부장 김모씨에게 징역 1년9개월,김씨로부터 고액의 연봉을 제시받고 기술 유출에 가담한 전 하이닉스 과장 우모씨와 최모씨에게는 각각 징역 10개월과 8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산업기밀을 해외로 유출시켜 국내 반도체산업 전반에 엄청난 피해를 끼칠 뻔했다"며 실형을 선고한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공장 설립 이전에 발각돼 금전적 이득을 얻지 않은 점을 고려해 벌금형은 내리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현행 부정경쟁방지법에 따르면 기술유출로 재산상 이득을 얻을 경우 징역형과 함께 이득액의 2~10배에 해당하는 벌금형을 받도록 돼 있다. 김씨 등은 하이닉스에서 빼낸 기술로 중국에 반도체 공장을 세우기로 하고 중국 기업과 2억 달러의 투자의향서를 체결했다. 그러나 이들의 계획은 지난 6월 국정원의 제보를 받은 검찰이 중국에서 귀국하던 김씨를 공항에서 체포하면서 수포로 돌아갔다. 이들이 빼낸 기술은 90나노 낸드 플래시메모리 반도체의 세부 공정자료 등으로 하이닉스가 2002년 6월부터 약 2년간 6200억원을 투자해 개발한 것이다. 플래시메모리는 지난해 하이닉스의 영업이익 60~70%를 차지한 제품으로 이들의 계획이 성공했을 경우 12조원의 손실을 입었을 것이라고 하이닉스측은 추산했다. 한편 국정원에 따르면 작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국내 기업의 핵심 기술을 국내외 경쟁업체로 유출하려다 적발된 건수는 모두 42건,유출했을 때의 피해액은 51조원에 이른다. 유승호·김현예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