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플컴퓨터가 플래시메모리 타입의 MP3플레이어 시장마저 석권하겠다는 야심을 품고 개발한 초슬림 MP3플레이어 '아이팟 나노'가 국내에도 상륙했다.


이에 따라 세계 1위라는 명성에도 불구하고 유독 한국 시장에선 기를 펴지 못했던 애플과 '아이리버' 브랜드로 국내에서 1위를 달리는 레인콤과의 '진검승부'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유료 음악 서비스의 근간이 되는 복제방지기술 DRM(디지털저작권관리) 부문에서 애플은 '폐쇄 정책'을,레인콤은 '개방 정책'을 펴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


애플의 한국지사인 애플코리아는 23일 오후 6시부터 무게 42g,두께 0.69cm에 불과하면서도 용량은 기가바이트(GB)급인 '아이팟 나노' 2종을 시판한다.


서울 삼성동 애플체험스토어와 서울시내 롯데백화점(명동,잠실,영등포)을 시작으로 다른 온·오프라인 판매처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흰색 검은색 두 가지가 있으며 가격은 2GB급 23만원,4GB급 29만원이다.


'아이팟 나노'는 애플의 기존 제품군과 다르다. 한국에서 홀대받은 하드디스크 타입이 아니라 플래시 타입인 데다 앙증맞은 디자인에 컬러 화면까지 장착돼 있다.


또 플래시 타입에서는 보기 힘든 GB급 대용량인데도 가격은 20만원대로 저렴한 편이다.


한마디로 애플 MP3플레이어의 각종 약점을 일시에 해결한 제품인 것이다.


하지만 음원을 제대로 공급하기 어렵다는 점이 걸림돌로 남아 있다.


애플의 DRM 정책은 폐쇄적이라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웹사이트'아이튠즈'에서 내려받은 음악은 '아이팟'외에 다른 MP3플레이어로는 들을 수 없다.


더구나 '아이튠즈'는 국내에선 서비스가 되지 않는다.


합법적인 음원 공급로가 막혀 있는 셈이다.


DRM 자체를 지원하지 않는 파일만 담아야 하는데 이 중엔 불법 파일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나노 열풍'에 위기를 느낀 레인콤을 비롯한 국내 업체들도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다.


국내 시장의 절반을 장악하고 있는 레인콤은 '열린 DRM 정책'으로 위기를 극복해 나갈 계획이다.


'오픈 DRM' 진영을 이끌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DRM을 채택한 레인콤은 이동통신사와 음악 사이트 등 음악 서비스 업체들과의 연대를 강화하는 데 총력을 쏟고 있다.


레인콤은 22일 KTF 음악포털 도시락(www.dosirak.com)에서 제공되는 음원을 '아이리버' MP3플레이어로 들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제휴를 맺었다.


지난 7월엔 '뮤직온' 사이트를 운영하는 LG텔레콤과도 음원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음악 사이트와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최근 국내 최대 유료 음악 사이트인 맥스MP3가 MS DRM을 채택함으로써 레인콤 편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고 벅스와 소리바다 역시 '아이리버'와 연계한 서비스를 곧 시작할 예정이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