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꼴찌와 챔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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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한·일 월드컵대회' 개막 전 우리의 목표는 '1승'이었다.
16강 진출만 해도 대성공이라고 믿었다.
결과는 '4강 진출'이었다.
꼴찌 탈출에서 준결승 진출로 바뀐 신화의 원동력은? 설문조사의 답은 국민의 응원,홈 어드밴티지,선수들의 투지,히딩크 감독의 용병술 순이었다.
주위의 성원과 선수의 투혼,감독의 용병술은 언제나 새로운 신화를 만드는 걸까.
'2005 여자프로농구' 여름리그 챔피언 결정전에서 겨울리그 꼴찌팀 신한은행 에스버드가 전주원을 앞세워 우승팀 우리은행 한새를 3연승(5전3승제)으로 물리치고 챔피언에 오른 과정은 '인생 역전' 내지 '팀 역전 '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보여준다.
전주원을 포함한 에스버드팀 선수들의 지난 2년여는 좌절과 희망으로 뒤범벅된 세월이었다.
2004년 초 소속사 현대건설이 팀을 포기한 뒤 인수팀을 찾지 못해 훈련장은커녕 숙소도 없이 모텔방을 전전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지난해 여름 신한은행팀으로 창단됐지만 첫 출전한 겨울리그의 성적은 최하위였다.
결국 은퇴했던 아기 엄마 전주원이 복귀하고 삼천포와 실미도에서 지옥훈련으로 체력과 정신력 및 조직력을 가다듬었다.
그래도 플레이오프전을 거쳐 챔피언전에 출전할 때까지 전문가들은 정규리그 1위팀 한새의 승리를 점쳤다.
국가대표만 5명인데다 다른 선수들의 전력도 한수 위라는 이유였다.
하지만 예측은 빗나갔다.
스타군단 없는 에스버드팀 승리의 일등공신은 은퇴 뒤 복귀라는 부담을 무릅쓰고 뛴 전주원일 것이다.
그러나 꼴찌를 챔피언으로 만든 데는 그동안 팀을 이끈 감독 및 전체 선수들의 오기와 집중력에서 비롯된 팀워크,은행측의 열렬한 성원이 모두 작용했음에 틀림없다.
실제 은행측은 형편없는 성적을 낸 겨울리그 도중 본점 로비에 우승기원 온도탑을 세우고 1억원을 모아 전달하는 등 전사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결국 에스버드의 승리는 평범한 집단도 구성원들의 노력과 투지,지도자의 능력과 주위의 성원에 따라 얼마든지 최고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