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의 수신 경쟁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이달 중순 한국씨티,SC제일은행 등 외국계가 연 4.5~4.6%의 고금리 예금을 내놓으며 고객유치에 나서자 하나은행이 20일 연 4.4~4.5%의 정기금리 상품을 내놓고 맞불작전에 나섰다. '빅4'에 속하는 하나은행의 예금금리 인상으로 한동안 연 3% 후반대에 머물던 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사실상 4% 중반대로 올라섰다. 국민은행 등 다른 은행들도 예금금리 인상을 저울질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은행의 예금금리 인상은 고객유치를 위한 것이 주 배경이지만 최근 시장금리 상승세도 반영한 것"이라며 "예금은 느긋하게,대출은 가급적 서두르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고하고 있다. 수신금리뿐만 아니라 대출금리도 시장금리 상승에 따라 가파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예금금리 4% 중반대로 껑충 하나은행은 지난 9일 1년제 정기예금 금리를 종전 연 3.7%에서 연 3.9%(1억원 이상은 4.0%)로 0.2%포인트 인상했었다. 예금 이탈 고객을 잡기 위한 조치였다. 그 후 10여일 만에 다시 0.50%포인트 올려 20일부터 연 4.4%(1억원 이상은 4.5%)를 적용키로 했다. 수시입출금식예금(MMDA) 금리는 금액에 따라 0.8~2.3%포인트나 인상했다. 비록 이달 말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것이긴 하지만 "인상 폭이 보기 드물게 크다"는 게 금융계 반응이다. 이 같은 예금금리 인상은 분기말 유동성 비율을 맞추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무엇보다 고객 이탈 방지가 주된 목적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최근 시장금리 상승세가 일시적인지,추세적인지가 다소 불투명해 일단 금리 인상을 이달 말까지만 적용키로 했다"고 말했다. 시장금리 추이에 따라 금리인상이 지속될 수 있다는 얘기다. 국민·신한은행 등도 수신금리 인상 시기와 폭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홍석철 국민은행 수신팀장은 "은행권의 자금 사정이 괜찮아 예금금리를 인상할 필요는 못 느끼지만 경쟁 은행들의 금리인상으로 고객이탈 현상이 나타나면 다른 은행들도 금리를 조정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SC제일은행은 지난 12일 예금금액에 관계없이 연 4.5%의 금리를 주는 특판정기예금을 발매,닷새 만에 5200억원을 끌어모았다. 한국씨티은행도 연 4.5%의 정기예금과 4.6%의 CD(양도성예금증서)를 내놓으면서 사흘 만에 2500억원의 자금을 유치했다. ◆대출금리도 가파른 오름세 예금금리 인상으로 여유자금을 갖고 있는 고객은 웃음을 짓고 있지만 대출고객의 인상은 갈수록 흐려지고 있다. 국민은행의 3개월 변동금리부 주택담보대출 금리(최저 기준)는 지난 18일 연 4.88%에서 20일 현재 4.97%로 한 주 만에 0.09%포인트 상승했다. 3주 연속 상승하는 것이며 상승폭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3개월짜리 CD금리가 오르면서 이에 연동된 변동금리 대출도 오르고 있다"며 "CD금리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대출금리 상승세도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장진모·유병연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