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회담은 6개국 모두 공평하게 이익을 챙긴 '윈-윈(win-win)게임'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말 대 말,행동 대 행동'이란 평가를 받았던 이번 협상과정에서 각국의 이해 득실을 따져본다. 일단 우리정부로서는 타결 자체만으로 그동안 천명해온 '북핵해결의 주도적·중재적 역할'을 수행,외교적 입지를 넓혔다는 점이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200만㎾의 전력 대북송전을 골자로 하는 '중대제안'을 내놓아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이끌었으며 회담과정에서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서로의 의사를 조율하는 역할이 눈에 띄었다. 남북관계를 공고하게 이끌고 나갈 수 있는 기반도 구축했다. 송민순 외교부 차관보는 "지금까지 늘 우리에게 만들어진,주어진 역사를 앞으로 우리를 위한 역사로 만들어나갈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회담 결과를 자평했다. 그동안 북한에 그 어떤 핵프로그램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견지해 온 미국 정부가 기존 스탠스에서 한발짝 물러난 공동성명에 동의했다는 점에서 최대치를 얻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북한 핵폐기의 기틀을 마련함으로써 미국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대량살상무기(WMD)의 비확산 정책은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특히 이란의 핵문제 해결에도 도움을 주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외교적 주도권을 유지하는 과외소득을 얻게됐다. 일본은 북·일관계를 진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됐다는 점에서 만족스런 결과를 얻게 됐다. 고이즈미 총리가 총선 승리 이후 "북한과의 국교를 정상화하기 위해 임기 중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한 점에 비추어 북·일관계 정상화는 한층 가속페달을 밟을 전망이다. 이번 제4차 6자회담 2단계 회의에서 1단계 회의 때와 달리 북한이 일본과 5차례 양자접촉을 가진 것도 북한의 적극적인 호응을 기대토록 하는 대목이다. 북한은 평화적 핵이용권리,특히 경수로 확보의 근거를 마련하고 북·미,북·일 관계 정상화,안전보장 및 대북 경제지원 확보라는 가장 '짭짤한' 소득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으로부터 한반도에 핵무기가 없으며 핵무기나 재래식 무기로 북한을 공격하거나 침략할 의사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받음으로써 체제안보에 대한 불안을 해소했다. 중국은 이번 4차 6자회담뿐 아니라 회담 전 과정에서 북한을 설득하고 회담의 장을 마련함으로써 국제무대에서 '외교적 위상'을 높이는 성과를 거뒀다. 러시아도 동북아시아에서 영향력 확대를 꾀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하게 됐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베이징=이심기 기자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