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3 05:10
수정2006.04.03 05:12
[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최근 뉴욕에서 열린 유엔 창립 60주년 기념 정상회의에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의미있는 만남을 가졌다.
이번 회담에서 양국 정상들은 한반도 비핵화와 무역수지 불균형 등 다양한 국제문제 현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중국 경제의 급성장을 목격해 온 미국 내 일부 학자들과 정치인들은 향후 미국의 최대 위협으로 중국을 상정하고 있다.
일부에선 미국과 중국이 과거와는 다른 형태의 냉전을 치를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현 시점에서 '잘못된 판단(misjudgment)''그릇된 정보(misinformation)''상호 불신(mistrust)' 등으로 양국 관계가 적대적으로 발전하는 것을 사전 차단할 필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미국 정계에서 일고 있는 우려에 대해 중국 정부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게 사실이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핵심 참모들은 국제정치 문제와 관련한 세계적인 학술지 '포린 어페어즈(Foreign Affairs)' 등에서 "중국은 평화적인 성장(peaceful rise)을 통해 강대국의 지위를 얻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중국은 국제질서에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며 평화를 추구하는 국가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
후진타오 주석도 최근 잇따른 대국민 연설을 통해 "중국은 과거에도 그랬듯이 앞으로도 패권(헤게모니)을 추구할 계획이 없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정치인들의 약속을 액면 그대로 믿기는 물론 어렵다.
하지만 중국의 정치 지도자들은 국내정치 불안을 최대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에 최소한 국제관계에 있어서 만큼은 안정된 협력 관계가 지속되길 원하고 있다는 점은 간파할 수 있다.
실제로 중국이 '현대화된' 선진국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지나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7년간 연 평균 9.4%의 경제 성장을 달성했고 외국인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문호를 개방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중국 경제는 아직도 그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다.
중국은 13억명의 인구를 먹여살릴 경작지가 모자라고,경제발전을 뒷받침할 물과 천연자원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최근 도시·농촌 간 빈부 격차가 급격히 커지면서 중국 내 사회불안 가능성은 점점 고조되고 있다.
지방에선 관료들의 부정부패 척결을 요구하는 시위도 하루가 멀다하고 일어나고 있다.
해법은 중국의 '민주화'에서 찾아야 한다.
역사적으로 정권 교체가 있을 때마다 중국이 심각한 사회 불안을 겪었던 이유는 변화를 감내할 정치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못했기 때문이다.
만약 중국이 민주화를 이뤄낸다면 사회 불안은 줄어들 것이며,미국 일본 등 주변 강대국들은 민주화된 중국을 위협으로 간주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은 후진타오 주석에게 민주화를 해법으로 삼으라고 요구했다고 워싱턴 정가 소식통들은 전하고 있다.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민주화를 이뤄내야 한다는 사실을 중국의 정치 지도자들은 명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리=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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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월스트리트저널 국제문제 담당 부국장인 조지 멜로안의 'It's Time to Calm Down About the China Threat'란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