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옛 안기부)의 도청자료인 X파일이 20일로 세상에 드러난 지 두 달이 됐다. 검찰은 언론이 지난 7월21일 X파일을 공개하자 수사에 나섰지만 여전히 답보 상태다. 애초에 X파일을 수사할 의지가 약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불법으로 수집한 자료는 증거능력이 없다는 논리를 펴왔다. 그러다 X파일이 추가로 드러나고 시민단체가 X파일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고발하자 적극 수사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국정원을 사상 처음으로 압수수색하는 한편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까지 소환했다. 그러나 X파일 수사 방향이 점점 틀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X파일 내용보다는 국정원의 도청 여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듯해서다. X파일에 나오는 검찰의 삼성장학생이 밝혀지지 않았는 데도 검찰은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하긴 수사도 검찰의 뜻이라기보다는 여론에 밀린 측면이 크다. X파일은 국회의 국정감사로 다시 한 번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X파일이 여야의 정쟁 수단이 아닌 국가 권력의 부당한 행사를 밝히고 재발 방지를 위한 밑거름이 되었으면 한다. 사회부 차장 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