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고 숭문고 경화여고 등 교사 32명이 자신들이 낸 시험문제를 무단으로 인터넷 사이트에 게재한 뒤 돈을 받고 거래한 J닷컴을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에서 승소해 시험문제에 대한 저작권을 인정받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재판장 이태운 수석부장판사)는 13일 공탁금 2억원을 보험금액으로 하는 위탁계약을 조건으로 J닷컴측은 인터넷 홈페이지에 시험문제를 올려 복제 판매 배포해서는 안 된다는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신청인들은 자신들의 교육 이념에 따라 학생들의 학업수행 정도를 측정하고,내신성적을 객관적으로 산출하기 위해 정신적인 노력을 기울여 남의 것을 베끼지 않고 문제를 출제했다"며 "사용된 표현이나 제시된 여러 개 답안의 표현에서도 최소한도의 창작성이 인정되는 등 시험문제는 저작권법에 보호되는 저작물"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J닷컴측이 시험문제는 교사가 업무상 학생에게 배포해 공표된 것이므로 저작권자는 학교장이 돼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교내에서 소속 학생들에게 시험을 치르는 과정에서 교부한 것만 사실로 인정될 뿐 시험문제가 법인 등의 명의로 일반인에게 공개되거나 복제된 바가 없어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J닷컴측은 8만7000여건에 해당하는 전국 고등학교 시험문제를 온라인 상에 게시한 뒤 6개월에 5만~8만원을 받고 내려받도록 했다. 이 사이트의 유료회원은 1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