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후인 2025년에는 인간의 두뇌와 비슷한 능력을 가진 컴퓨터가 나옵니다. 벨연구소가 갖고 있는 인공눈,인공코,나노(NANO) 유리 등 각종 기술도 5~10년 안에 실생활에 적용될 겁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휴대폰으로 냄새와 느낌까지 상대방에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김종훈 벨연구소 사장(45)은 13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대한상의 주최로 열린 조찬 세미나 주제발표와 기자간담회를 통해 "테크놀로지가 발달하면서 인간의 삶과 문화가 매우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 사장은 1992년 비동기 전송방식(ATM) 장비 개발 벤처기업 유리시스템즈를 설립,6년 후인 1998년 루슨트테크놀로지에 10억달러를 받고 팔아 '벤처 신화'를 창조한 주인공이다. 지난 4월 한국계로는 처음 10여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벨연구소 사장에 취임했다. 그는 "무어의 법칙이 계속 안 간다는 보장이 없다. 물리적인 한계도 있겠지만 바이오나 유전자(DNA) 쪽으로 계속 발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어의 법칙은 컴퓨터의 정보처리 능력이 1년6개월마다 2배로 늘어난다는 법칙이다. 그는 현재의 1000달러짜리 컴퓨터는 쥐의 두뇌와 비슷한 파워를 갖는다고 진단했다. 무어의 법칙을 적용할 경우 2025년엔 사람의 두뇌,2060년엔 세상 모든 사람의 두뇌를 합친 것과 같은 능력의 컴퓨터를 1000달러에 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김 사장은 설명했다. 그는 "한국은 초고속인터넷을 성공적으로 깔았지만 '라스트 인치 문제(last inch problem)'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광케이블로 먼 곳까지 많은 정보를 보낼 수 있지만 통신망과 사람을 잇는 마지막 몇 인치 구간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가령 음성인식 등을 통해 키보드 없이 컴퓨터를 조작하는 '라스트 인치 기술'이 지향점이 될 것이라고 김 사장은 강조했다. 김 사장은 벨연구소가 보유한 몇가지 중요 기술도 소개했다. 어느 방향에 있는 사물이든 인식할 수 있는 인공눈(나노렌즈),냄새를 멀리 전달할 수 있는 인공코(일렉트로닉 노즈) 등이 대표적이다. 휴대폰에 인공눈과 인공코 기술을 접목하면 느낌이나 냄새를 전달할 수 있다. 나노유리 기술까지 활용하면 휴대폰이나 PC의 배터리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다. 그는 '주위환경이 모두 센서화돼 통신하는 데 단말기가 필요 없는(Device free,Sensor everywhere)'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머리카락 굵기의 마이크로폰을 벽지 같은 곳에 붙여 놓으면 휴대폰 없이 그냥 벽을 통해 음성이나 화상통화를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사장은 특히 지난달 벨연구소 연구진이 '퀀텀컴퓨터'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퀀텀컴퓨터는 200개 컴퓨터로 5개월 걸리는 연산을 1초 만에 해결한다고 설명했다. "5~10년 후 이런 기술이 상용화되면 문화가 달라진다. 통화하기 위해 전화기를 집어들 필요가 없어진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벤처 신화'의 주인공으로서 한국의 벤처 육성정책에 대해서도 코멘트를 했다. 그는 "벤처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만회할 수 있는 계획이 있어야 하고 실패한 자가 일어날 수 있도록 용기를 불어넣는 제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의 정보기술(IT) 수준에 대해서는 '넘버원'이라고 극찬했다. 김 사장은 "1999년과 2000년에 한국에 왔을 때는 브로드밴드(초고속인터넷)를 막 보급하는 때라 미국 유럽에 뒤져 있었다"면서 "지금은 넘버원 IT 국가가 됐다"고 평가했다. 최명수 기자 may@hankyung.com ◆김종훈 사장 약력 △1960년 서울 출생 △1974년 미국으로 이민 △1982~89년 미국 해군 장교로 복무 △1989년 존스홉킨스대 기술경영학 석사 △1991년 메릴랜드대 공학 박사 △1992년 유리시스템즈 설립 △1998년 루슨트에 유리시스템즈를 10억달러에 매각 △1999년 루슨트 광대역네트워크사업부문 사장 △2002년 메릴랜드 공대 전자공학과 교수 △2005년 4월 벨연구소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