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1%P 오르면 추가부담 2조6000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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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에서 돈을 빌려 아파트를 산 사람들이 불안해하고 있다.아파트 가격 때문만이 아니다.매달 꼬박꼬박 내야하는 이자가 눈덩이 처럼 불어날 위험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시장금리 상승 여파로 속속 오르고 있다.최근 한달여 동안 국민 하나 신한 등 주요 은행의 변동금리부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최대 0.1~0.29%포인트 상승했다.한국은행의 콜금리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시장금리 오름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여 가계 이자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시장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은행에서 1억원을 빌려 쓰고 있는 사람은 가만히 앉아서 연간 100만원의 이자를 더 물어야 한다.내수침체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계가 이자부담이라는 새로운 복병을 만난 셈이다.
◆가계대출 금리 오른다.
국민은행의 3개월 변동금리부 아파트담보대출 금리(최저 기준)는 이달 초 연 4.82%에서 12일 현재 연 4.88%로 상승했다.
12개월 변동금리는 연 5.32%에서 연 5.46%로 열흘여 만에 0.14%포인트 올랐다.
신한은행의 6개월 변동금리 대출 금리(기본금리)도 이달 초 연 5.14%에서 연 5.27%로 0.13%포인트 상승하는 등 지난 3개월여 동안 안정세를 보이던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상승세로 전환했다.
대출금리 상승 전환은 변동금리 대출의 기준이 되는 3개월짜리 CD(양도성예금증서)의 유통수익률이 이달 들어 오름세를 타고 있는 데 따른 것.CD금리는 이달 초 연 3.51%에서 이날 현재 연 3.58%로 높아졌다.
지난 6월 이후 3년만기 국고채 수익률이 상승세로 돌아선 이후에도 단기금리 지표인 CD금리는 안정세를 보여왔다.
하지만 최근 CD금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콜금리의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마침내 CD금리도 덩달아 뛰고 있다.
하지만 개인이 변동금리 대출을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것은 만만치 않다.
중도상환 수수료를 내야 하는 데다 현재 고정금리 대출이 변동금리 대출에 비해 1%포인트가량 높기 때문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향후 금리가 1%포인트 이상 오르지 않을 경우 고정금리 대출로 갈아타는 것은 실익이 없다"고 말했다.
◆261조원이 금리위험에 노출
은행의 개인대출 잔액은 지난 8월 말 현재 296조원.이 가운데 시장금리 등에 연동해 대출금리가 변하는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88.4%(261조원)에 달한다.
한국은행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1년 9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가계대출의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지난 2001년 말 48%에 불과했으나 이후 저금리가 본격화되면서 2003년 말 54.9%,2004년 말 69.2%로 점점 높아지고 있다.
가계대출뿐만 아니라 기업대출에서도 변동금리 대출비중이 56%에 이르고 있다.
변동금리 대출은 지금처럼 금리상승기에는 이자상환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시장금리가 1%포인트 오를 경우 가계의 추가 이자부담은 2조6000억원에 달한다.
이병윤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변동금리 대출을 쓰고 있는 개인들이 금리상승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금리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적지 않은 가계가 이자를 제때 갚지 못하는 등 '한계상황'에 봉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그러나 "가계대출의 62%를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의 담보인정비율(LTV)이 평균 56% 수준에 불과해 가계부담이 은행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다"고 덧붙였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