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데스크] 턴 어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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턴 어라운드(turn around)주라는 게 있다.
증시에서 추천 종목을 얘기할 때 가끔 등장하는 용어로 쉽게 말하면 실적 호전주다.
전년도 또는 전분기의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거나 실적이 매우 좋아진 종목을 지칭한다.
지난주 주가가 10년여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데는 우리 증시에 턴 어라운드 종목이 많아진 점이 커다란 기여를 했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의 수익성이 크게 좋아지고 지배구조 및 재무구조가 선진화하는 등 기업 체질이 좋아진 것이다.
물론 사상 최고치 돌파의 가장 큰 요인은 적립식 펀드의 자금 유입에 힘입어 투자패턴이 직접투자에서 간접투자로 바뀌면서 막강해진 기관투자가의 힘이다.
증시 패러다임의 일대 전환이다.
이러한 턴 어라운드가 있었기에 사상 최고치 경신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러면 10년여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주가는 계속 상승세를 구가할 수 있을 것인가.
증시전문가들은 대체로 주가가 대세 상승기에 접어들었다며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주가가 안정적인 상승세를 보이기 위해서는 증시 자체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에서도 턴 어라운드가 일어나야 한다.
주가가 경제 상태의 거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한 일종의 조건이기도 하다.
첫째는 경제정책의 턴 어라운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정부 고위관료로부터 국가경쟁력이라는 단어를 듣기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다.
중국이 무섭게 우리를 추격하고 있고 잠재성장률이 4%대로 떨어지고 설비투자가 바닥을 기고 있어도 정부 차원의 대응책은 과문한 탓인지 별로 들어보지 못했다.
기업들이 현금을 쌓아 놓고 투자하지 않는 것을 기업 탓으로 돌리고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
규제완화 등을 통해 유인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은 '대기업 논리'로 매도당하기 일쑤다.
성장이냐 분배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생존 전략 차원에서 경쟁력 문제에 접근하는 정책의 턴 어라운드가 일어나야 한다.
둘째는 사회 분위기의 턴 어라운드다.
경쟁을 유도하기보다는 하향 평준화를 지향하는 사회에서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은 불가능하다.
부의 축적을 경원시하고 가진 자를 적대시하는 분위기 속에서 자본주의가 만개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런 점에서 먼저 노사문화와 교육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특히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공부시간과 사교육비를 강요하는 교육 시스템에 대해서는 획기적인 턴 어라운드가 있어야 한다.
셋째는 정치문화의 턴 어라운드다.
참여정부 들어 부정적인 정치문화는 많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기업에 대해서는 비우호적이고 위압적이다.
기업들이 잔뜩 웅크리고 눈치를 보는 형국이 이어지고 있다.
자본주의라는 경제 체제가 제대로 유지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기업인들도 상당수다.
우리 사회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에서 시장경제에 기반을 둔 민주주의를 지향하고 있다는 확신을 줘야 기업활동이 살아날 것이다.
정치문화가 기업활동을 적극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턴 어라운드해야 기업도 살고,증시도 탄력을 받는다.
증시의 사상 최고치 경신을 계기로 정치 경제 사회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길 소망해 본다.
최완수 증권부장 cws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