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청와대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첫 회담에서는 양쪽 사이에 깊게 가로놓인 인식의 차를 분명히 확인한 자리였다. 그동안 양측과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였던 연정과 선거구제 개편안 등 정치 사안뿐 아니라 부동산 대책과 감세 정책 등 경제 민생 부문에서도 양측의 시각차는 평소 드러난 만큼이나 상당히 컸다. 인식의 차이는 2시간30분간 진행된 회담 동안 줄곧 평행선으로 나타났다. 당초 경제와 민생 분야를 중심으로 올 정기국회에서 여야간 협력이 필요한 부문에서 상호협력 의지를 담은 합의문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기대 섞인 전망이 없지 않았지만 그럴 분위기가 되지 못했다. 특히 노 대통령은 민생경제를 위한 초당내각 구성을 제의,경제관련 정책 부문을 한나라당에 넘겨주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박 대표는 '노선차'를 이유로 그 자리에서 거절하면서 "연정 얘기는 하지 말고 경제에만 전념해 달라"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또 박 대표가 대안으로 제안한 행정구역 개편에 대해서도 노 대통령이 즉석에서 부정적인 의사를 분명히 함에 따라 양측 간에 공감대를 확인할 수 있는 분야는 별로 없었다. 이에 따라 청와대와 한나라당,여야 간 정국의 경색이 우려된다. 특히 노 대통령은 "연정과 지역구도 해소에 정치인생을 걸겠다"고까지 공언한 터여서 "또다른 정치적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당장 코앞으로 다가선 정기국회에서 처리될 부동산 투기억제를 위한 각종 입법안을 비롯해 경제 민생 분야 법안을 놓고 여야가 양보 없는 대치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예상도 나온다. 또 서로 준비한 자기 말만 하면서 앞으로 정국은 경색 국면에 들어서게 되고 정치권 전반이 상당한 긴장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 다만 양측은 "합의된 것은 특별히 없지만 서로 터놓고 할 말은 다 했다"는 입장이어서 그동안 간접적 우회적인 말싸움 상황보다는 오히려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도 없지는 않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