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이 동네에서 사과 농사를 짓고 있니더."


" 같은 동네 사과 농사꾼들끼리 힘을 안 보태마 수확 작업 꿈도 못꾸니데이."


6일 오후 경북 영주시 풍기읍 유두농원.같은 동네에서 일손을 도우러 왔다는 4명의 아주머니들이 붉게 익은 사과를 조심스레 따내며 연신 이마의 땀을 훔쳐냈다.


6000평의 농장에 홍로 사과 2600그루를 경작하고 있는 정건영 사장(48)은 "홍로는 당도가 뛰어나지만 저장성이 떨어진다"면서 "10일까지 절반은 따야 하는데 일손이 없어 큰일"이라고 걱정했다.


하지만 그는 "연소득의 절반이 추석 대목에서 나온다"면서 올해는 작년 못지 않게 작황이 좋다고 말했다


풍기는 국내 최대의 사과 산지.대형 할인점들은 거의 대부분 이곳 농협을 통해 확보한 물량을 매장에 '상품'으로 진열하고 있다.


풍기에서 예천으로 이어지는 5번 국도변 산자락.사과가 햇볕을 많이 받도록 나무 밑에 깔아 놓은 은박지로 산능선이 온통 은빛물결을 이루고 있다.


3000평 땅에 2000그루를 경작하는 김찬영 사장(53)의 농장에는 홍로보다 더 빨간 신품종 요카가 주렁주렁 달려 있다.


김 사장은 "봉현면 일대 80가구 정도가 연간 1억원 이상 소득을 올리고 있다"며 다른 농가들도 7000만~8000만원 정도 번다고 귀띔했다.


풍기일대 농장에서 수확한 사과는 당일 풍기농협 공판장으로 이동된다.


맨 먼저 기다리는 곳은 선별장.


사과가 레이저 선별기에서 당도와 크기별로 나뉘어져 홈을 타고 내려오자 3명의 아주머니들이 박스에 옮겨 담았다.


박스가 세척실로 이동하니 사과만 물위에 동동 뜨고 박스는 컨베이어를 타고 분리된다.


150m 지하 암반수에 이어 오존수로 2차 세척이 끝나자 냉온히터 건조장으로 들어간다.


마치 자동차가 자동세차기를 지나가는 모습과 똑같다.


마지막으로 말린 낱알들을 비닐에 곱게 싸고 이를 다시 선물세트에 하나씩 담는다.


동행한 롯데마트 신경환 청과담당 바이어는 "불량품이 들어가면 소비자 불만이 나올 수 있어 추석 대목 전에는 전국 사과단지 현지에서 살다시피 한다"고 전했다.


롯데마트는 풍기산 1등급 사과를 '명가'브랜드란 선물세트로 만들어 6만원(5kg)에 팔고 있다.


구필회 풍기농협 조합장은 "이 공판장에서 전국 생산량의 13%에 달하는 연간 5만5000t의 사과를 완제품으로 만들어낸다"면서 "풍기사과는 당도가 높고 품종이 다양해 특정 유통업체에 매달리지 않고 오히려 물량을 배분해 주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경북 풍기=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