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1 이후 시중자금 흐름..예금.펀드 그대로..'눈치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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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1 부동산대책’이 시중 부동자금의 흐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8.31조치 이후 시중자금 흐름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지만 아직까지 ‘정중동(靜中動)’인 것으로 나타났다.은행 요구불예금이나 투신사 머니마켓펀드(MMF) 등 단기금융 상품에 머물고 있는 부동자금이 뚜렷한 방향을 찾지 못하고 눈치를 살피고 있다는 것이다.
7일 금융계에 따르면 이달들어 6일까지 국민 우리 하나 신한등 4대 시중은행의 예금 잔액은 각각 3000~7000억원 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관계자들은 "월초 카드 결제 자금에 따른 예금 감소 효과를 감안하면 은행권 자금에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8·31 조치의 영향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증시 주변 자금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말 이후 5일까지 투신사 수탁액은 1조1470억원 감소했다.
MMF와 채권형 펀드에서 각각 1조840억원과 5090억원이 줄었으며 혼합형 펀드를 포함한 주식 관련 펀드에는 3960억원이 들어왔다.
투신사 관계자들은 "주식형 펀드로 평소보다 다소 많은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면서도 "이는 8·31 조치의 효과라기보다는 주가 급등에 따른 것"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8·31 조치 영향 분석' 자료에서 이번 조치가 부동산가격 상승 기대 약화로 시중 자금의 증시 유입 등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되지만 당장의 자금 이동 규모는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무엇보다 부동산투자 자금의 성격이 주식투자 자금과 달라 당장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종합주가지수가 11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상황에서 거액 자산가들이 주식투자를 확대하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임재기 대투증권 반포지점장은 "큰 돈이 들어올 기미는 아직 없으며 그렇다고 돈이 빠져 나가는 것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금융계는 부동자금이 당분간은 수익성 높은 투자 대상이 나올 때마다 게릴라식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하나은행이 최근 판매한 6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는 2~3일 만에 매진됐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분리과세 혜택이 없는 후순위채임에도 불구하고 조기에 다 팔린 것은 수익에 목말라 있는 부동자금은 언제든지 대규모로 움직일 수 있다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그러나 8·31 조치가 장기적으로는 시중 자금의 변화,특히 증시로의 자금 유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김성엽 하나은행 분당백궁지점장은 "거액 자산가들 사이에 앞으로 부동산투자 매력이 감소할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저금리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거액 자산가들의 가장 큰 자금 운용 대상이었던 부동산시장의 투자매력이 떨어지고 있는 만큼 주식시장이 그 반사이득을 보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