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경계해야 할 중국 공업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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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창 현 <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
지난 외환위기의 원인으로 지목된 것 중에 중국발(發) 공급과잉론이 있다.
중국경제가 급부상하고 경공업부문의 수출을 장악하기 시작하면서 동남아 국가들이 타격을 입게 됐고 이들 국가의 위기가 한국으로 전염된 결과 외환위기가 나타났다는 견해이다.
그런데 상상하기도 싫은 얘기이지만 중국의 경공업 발전이 동남아 국가를 수렁에 빠뜨렸듯이 이제 중국의 중화학공업 발전이 한국경제의 추락을 야기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서서히 등장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모건스탠리의 애널리스트인 스티븐 로치가 제시한 중국발 디플레이션론이다.
중국이 키우는 공업 분야는 반도체 철강 조선 석유화학 가전 통신기기 등으로 모두 우리의 주력 수출산업들이다. 중국이 기술력은 약간 떨어져도 저가제품을 쏟아내기 시작하면 한국의 수출품 가격은 낮아질 수밖에 없고 결국 이는 기업의 채산성 악화로 이어지면서 한국경제가 회복하기 힘든 타격을 입게 될 것이란 시나리오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최근 발표된 올 상반기 대미수출 관련 통계는 상당히 충격적이다. 2004년에 25.2%나 급증해 수출성장을 견인했던 대미수출이 2005년 상반기에 200억5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수출액 208억4000만달러보다 2.1% 감소한 것이다.
미국시장이 가진 상징성과 의미는 남다르다. 수출의 약 15%를 차지하면서 우리에게는 중국에 이어 2위의 수출시장이기도 하지만 미국경제는 국민총소득 11조달러가 넘는 시장으로서 세계 경제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대규모 경제라는 점에서 상당한 중요성을 가진다.
미국서 밀리면 다른 데서도 밀릴 가능성이 큰 것이다.
수출부진의 원인은 분명하다.
올들어 5월 말까지 중국의 대미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8% 급증했으며,일본과 대만의 수출도 각각 8.0%와 4.2% 증가했다.
반면 우리의 휴대폰 수출은 24.8%나 감소했으며 중국으로 생산기지가 대규모 이전된 컴퓨터도 29.4% 줄었고 자동차는 1.7%, 반도체는 8.6%가 감소했다.
휴대폰의 경우 미국시장 점유율은 2003년 24.1%,2004년 27.2%로 1위를 고수했었는데 올 5월까지는 20.7%로 떨어지면서 1위자리를 중국(29.4%)에 내주었다. 또 2003년부터 2년 연속 1위를 지켰던 반도체도 올들어 점유율이 14.3%로 하락하면서 16.5%인 대만에 1위를 빼앗겼다.
올 것이 오고 있다.우리의 주력 수출 제품이 중국제품에 밀리고 있는 것이다. 중국발 디플레이션론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우리경제에 심각한 상황이 초래된다. 원화절상의 영향도 얘기하지만 위안화도 절상됐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뿐인가? 우리나라의 상반기 서비스수지 적자는 무려 61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77% 늘어난 규모다. 해외유학 및 연수 경비가 15억3000만달러로 전년대비 40.3% 증가했고,일반 여행경비도 54억5000만달러로 전년보다 25.9% 늘었기 때문이다. 평준화에만 치중하느라 품질이 자꾸 나빠지는 교육서비스를 해외에서 구매하고,눈치가 보여 제대로 못 쓰는 돈을 해외에 나가 쓰는 바람에 돈이 새고 있다.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배고픔의 문제가 심각한 화두가 돼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무언가 나사가 풀린 상태에서 배가 서서히 침몰하는 모습이 느껴지고 있다.
그런데도 지금 우리는 귀중한 정책적 자원을 대부분 배고픔이 아닌 배아픔의 문제를 치료하는 데 사용하면서 미래에 대한 준비는 소홀히 하고 있다.
11년째 한 해도 빠짐없이 파업을 하고 있는 어느 대기업 노조의 모습과,추락하는 내수를 감안하면 감세정책을 써도 시원찮을 시점에서 부동산 때문에 증세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정부의 모습을 보면 암울해지기까지 한다.
이대로 가면 안 된다.
확실하게 방향을 틀어야 할 때이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