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코리안 투수 4인방이 릴레이 호투로 연일 신바람나는 승전보를 전해오며 최고의 야구 선수들이 모인 메이저리그에서 '코리안 전성 시대'를 구가하고 있다. 그 선봉장은 에이스급 투수로 위상이 격상된 '컨트롤 아티스트' 서재응(28.뉴욕 메츠)과 '큰형' 박찬호(32.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서재응은 5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플로리다 말린스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 7이닝 동안 탈삼진 6개를 솎아내며 5피안타 2볼넷 1실점의 눈부신 호투로 팀의 7-1 승리를 이끌었다. 박찬호(1일)-김선우(3일)-김병현(4일.이상 콜로라도)의 승전보에 이어 코리안 빅리거 릴레이 등판의 대미를 멋지게 장식한 셈. 메츠는 서재응의 호투 덕에 4연패의 수렁에서 빠져나오며 와일드카드 경쟁에서도 기사 회생하게 됐다. 에이스의 임무가 팀의 연패를 끊어주고, 연승은 이어가는 역할이라고 할 때 최근 서재응의 모습은 에이스로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선발 경쟁에서 억울하게 밀려 마이너리그에서 눈물젖은 빵을 씹다 지난달 7일 시카고 컵스전에서 그렉 매덕스를 상대로 완승을 거두며 화려한 복귀식을 치른 이래 이날까지 모두 6게임에 등판해 5승을 챙기며 '서재응 등판=승리'라는 공식을 정착시켰다. 5이닝 4실점으로 승수를 쌓지 못한 지난 31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전에서도 팀은 6-4로 이겼으니 이같은 공식은 한 치의 예외도 없다고 할 수 있다. 현재 7승(1패)에 시즌 방어율도 경이적인 1.86을 기록하고 있는 서재응은 앞으로 빅리그 진출 이후 첫 두자리 승수와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 사냥을 위해 고삐를 더욱 죌 태세이다. 최초의 한국인 빅리거 박찬호는 올 시즌 오랜 부상을 털고 재기에 확실히 성공하며 맏형 답게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다. 지난 1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 시즌 12승(6패)째를 거둬들인 박찬호는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샌디에이고로 유니폼을 갈아 입은 뒤 4승1패의 성적으로 안정감이 더욱 높아진 모습. 앞으로 정규 시즌에 최소 5번 이상 선발 등판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2001년 이후 4년 만의 15승 복귀가 점차 현실로 다가오는데다 팀도 비록 승률은 5할에 불과하지만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서 당당히 선두를 달리고 있어 포스트시즌 선발 등판의 꿈도 무르익고 있다. '투수들의 무덤'으로 불리는 쿠어스필드에서 빛나는 호투를 이어가고 있는 김병현(26)과 김선우(28.콜로라도 로키스)도 놀라운 페이스로 코리안 전성시대의 한 부분을 채우고 있다. 김병현은 선발 등판 횟수가 거듭될 수록 공의 위력이 배가되며 어느덧 콜로라도의 에이스로 격상된 분위기. 김병현은 4일 쿠어스필드에서 벌어진 LA 다저스와의 경기에서 6이닝 1실점을 막고 시즌 5승(10패) 달성에 성공한 것을 비롯해 지난 달 25일 다저스전 6⅔이닝 무실점, 같은 달 30일 샌프란시스코전 7이닝 1실점 등 3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로 급상승세를 타고 있다.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콜로라도로 이적한 초반엔 불펜에서 실망스런 모습을 보이며 '미운 오리 새끼'로 전락했지만 적성에 맞는 선발로 전환한 후 '한국한 핵잠수함'의 명성에 걸맞은 모습으로 변신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 초순 워싱턴 내셔널스를 떠나며 프랭크 로빈슨 감독과의 지긋지긋한 악연에서 벗어난 '서니' 김선우에게도 찬란한 햇살이 비치고 있다. 김선우는 3일 다저스전에서의 호투로 선발 2연승이자 시즌 4승(2패)째를 수확하며 선발 굳히기에 들어갔다. 투수들의 눈부신 활약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초의 코리안 빅리그 타자인 최희섭(26.LA 다저스)이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짐 트레이시 감독의 플래툰시스템의 여파로 올시즌 들쭉날쭉한 타격감에 애를 먹던 최희섭은 이젠 주전 1루수 경쟁에서 완전히 탈락한 채 대타로 보직이 굳어진 듯한 분위기. 또 빅리그 첫 해에 메츠의 좌완 스페셜리스트로 자리매김한 듯 하다 코칭 스태프와의 불화와 성적 부진으로 마이너리그로 강등된 구대성(36)의 추락도 안타깝긴 마찬가지다.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ykhyun1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