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이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처음으로 규명됐다. 이를 응용해 대체소자를 만들면 반도체 크기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이 이론은 반도체를 이을 신소자 시대를 열고 20년간 100조원의 시장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기반기술연구소 김현탁 박사팀은 1일 전자끼리 미는 힘이 강해 전류가 안 통하는 부도체(바나듐옥사이드 등 산화물질)에 충격을 가하면 갑자기 도체가 된다는'모트 금속-절연체 전이'가설을 실험과 이론을 통해 입증했다고 발표했다. ETRI 연구팀은 1949년 영국의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모트 교수가 가설을 발표한 지 56년 만에 처음으로 이론과 실험으로 완벽하게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의 논문은 응용물리학 분야의 세계 최고 저널인 '어플라이드 피직스 레터(Applied Physics Letter)' 등에 게재됐다. 김 박사는 "지금까지 이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각국에서 무수히 많은 실험을 했으나 미세한 특정 전압의 세기를 조절하기 어렵고 실험 부도체와 장비가 녹는 현상을 막지 못해 모두 실패했다"며 "우리 연구진은 이런 구조 변화 없이 안정적으로 전압 세기를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을 이론과 실험으로 완성해 부도체의 도체화를 이뤄냈다"고 설명했다. 실험에 사용된 부도체는 바나듐옥사이드 니켈옥사이드 등 산화물이 주류로 이론적으론 금속의 성질을 띠지만 전류를 흘려보내지 못해 모트 절연체로 불린다. 이 산화물은 모래에서 나오는 실리콘만큼 흔하다. 지구상에는 100개 이상의 모트 절연체 물질이 존재한다. 모트 절연체는 한 개의 원자에 한 개의 전자를 갖는 금속구조를 띠고 있으나 쿨롱에너지(전자끼리 밀어내 전류를 흐르지 못하게 하는 힘)가 너무 커 전류가 흐르지 못한다. 연구팀은 바로 이 쿨롱에너지의 균형을 순간적으로 무너뜨림으로써 전기를 흐르게 했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