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6자회담 속개 시기가 애초 합의보다 2주 가량 연기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그 배경이 주목된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29일 밝힌 요지는 9월12일이 시작되는 주에 휴회에 들어갔던 6자회담을 재개하자는 것이다. 이유로는 을지포커스렌즈(UFL) 훈련과 미국의 대북 인권특사 임명을 들었다. 그 때가 되면 이들 이유에 따른 나빠진 분위기가 개선될 수 있다는 주장도 곁들였다.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부부장의 방북 결과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북한 외무성이 "자기를 반대하는 전쟁연습의 먼지가 자욱한 속에서 우리가 미국과 마주앉아 회담을 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그 배경은 4차례 이상에 걸친 북미 접촉 결과와 주변국 상황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런 해석은 북한이 UFL과 인권대사 임명을 표면적으로 문제로 삼기는 했지만 UFL은 해마다 이 맘때 이뤄지는 연례연습인데다 인권대사 임명도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점에서 표면상 이유일 가능성 때문에 나오는 것이다. 결국 순연 배경에는 지난 7일 휴회 이후 양자 협의 상황과 주변국 정세가 북한의 택일(擇日)에 영향을 끼쳤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북미간 접촉을 포함한 참가국 간에 활발하게 벌어진 양자접촉과 주변국 정세로는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 주석의 9월 5∼7일 미국 공식 방문이 최대 변수가 되지 않았겠느냐는 것이 이런 관측의 바탕에 깔려 있다. 우선 북미 양자 접촉에서 4차회담 당시 마라톤 협상에서도 이견을 좁히지 못한 핵의 평화적 해결 문제 등으로 논의가 길어졌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정부 당국자가 이날 "회담 내적, 외적 요인으로 불가피하게 어느 정도 길지 않은 시간이 순연될 것으로 본다"며 "일반적으로 내적 요인이 더 큰 것 아니냐"고 밝힌 대목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은 북한이 4차회담에서 핵의 평화적 이용권을 핵무기비확산조약(NPT)과는 무관하게 주권국가 권리라고 주장한 반면 미국은 북한이 영변 5MW원자로가 플루토늄 인출에 사용됐다는 전력을 들어 강하게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견은 북한의 핵폐기 범위와 연결되면서 그에 상응하는 다른 국가들의 상응조치와 연결되면서 휴회 기간 `주고받기' 구도에서 밀고 당기기를 이어간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지붕을 북핵 폐기와 상응조치하는 기둥이 받치고 있는데 어느 한 기둥의 높이가 높으면 안된다"며 "그러나 기둥을 자르고 싶은 생각은 없으며 그 높이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평화적 핵 이용권 뿐아니라 그와 관련된 상응조치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택일 발표는 휴회후 북미 뉴욕접촉에서 이견을 좁힌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양측 입장이 워낙 팽팽하게 맞선 만큼 이견 절충 보다는 상대방 입장을 충분히 확인한 선에서 그쳤을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런 점에서 관심을 끄는 게 UFL과 인권대사 임명, 후 주석 방미 등 가운데 북한과 특수관계로 받아들여지는 중국 수뇌부의 움직임이다. 후 주석은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 회담에서 한반도 문제에 대해 얘기를 꺼낼 가능성이 높은데다, 그가 미국에 가면 6자회담 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장관의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북한이 판단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협상을 막판까지 끌고 가면서 이익을 극대화하는 북한 특유의 `벼랑끝 전술'에 비춰 후 주석의 방미에 앞서 회담이 개최될 경우 뭔가 성과물을 내야 한다는 시간적 압박에 직면할 것으로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익 극대화를 위한 퇴로 열기 작전이라는 것이다. 12일이 시작되는 주는 중국은 물론 우리측 최대 명절인 추석이 다가오는 주라는 점에서 사실상 시한을 정해 놓고 하는 회담일 수도 있지만 추석을 앞둔 의장국인 중국을 압박할 수 있다는 계산을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고심 끝에 나온 북한의 택일로 6자회담이 진전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정준영 기자 princ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