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큰 부작용 없이 달성할 수 있는 최고 성장률을 의미하는 잠재성장률이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는 한국은행의 지적은 지난 2년간의 저성장세가 앞으로도 장기화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한은도 "잠재성장률이 하락한 점을 감안해 경제 상황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수준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4.6%로 한은이 제시한 지난해 잠재성장률(4.8%) 수준에 근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체감경기는 외환위기 당시에 버금갈 정도로 나빴다. 문제는 향후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4.0%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은은 정부와 기업들의 대응 여부에 따라 잠재성장률이 5.2%까지 상승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으나 그 과정에서 국민들이 감내해야 할 고통은 적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설비투자 부진,부품소재산업 경쟁력 취약이 주요인 한은은 잠재성장률이 갈수록 하락하고 있는 주 요인으로 기업들의 설비투자 부진을 꼽았다. 외환위기 이전(1990∼1997년) 연평균 9.6%대의 높은 증가세를 보이던 설비투자는 2001년 이후 작년까지 연평균 0.3% 증가에 그쳤다. 기업들의 영업이익 대비 설비투자 규모도 1997년 약 314%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감소해 2003년에는 49.95%까지 떨어졌다. 기업들이 돈이 있어도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부품·소재 산업의 발전이 미흡한 점도 잠재성장률을 낮추는 데 한몫 했다는 평가다. 한은은 "1990년대 이후 정보통신산업이 급성장했지만 부품소재 산업 발전이 뒷받침해주지 않아 수출 호황이 국내 생산 및 고용증대로 이어지는 파급효과가 미약해졌다"고 진단했다. 또 "세계화와 규제완화 등으로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면서 범용기술 제품 분야에서 중국 등 후발국에 수출시장을 잠식당하고 있다"며 "저임금 노동력을 가진 국가들의 산업화로 기존의 요소투입 위주의 수출주도형 성장전략도 한계에 부딪쳤다"고 분석했다. ◆경제 체질 개선하면 5%대 회복도 가능 한은은 최근의 성장잠재력 하락은 정부와 기업들이 외환위기 이후 진행된 급격한 경제구조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향후 대응 여부에 따라 잠재성장률을 5%대로 다시 끌어올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기업 투자 환경 개선을 위한 규제완화를 적극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한은은 권고했다. 또 대기업·중소기업 간,기업·대학 간 협력을 강화해 부품소재 산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현재 55.5% 정도인 전기·전자산업의 부품 국산화율을 10%포인트만 높여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1%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밖에 지식기반 서비스 산업 육성을 통해 교육·의료·법률 부문에서의 고급 서비스 수요를 국내에서 흡수하는 한편 연구개발(R&D) 및 교육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생산성 배가에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한은은 덧붙였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