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거인' 롯데가 유독 외식업에선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롯데리아가 '웰빙'바람으로 1년 새 매출이 100억원이나 줄어든 데다 작년에 인수한 '패밀리레스토랑의 원조' T.G.I. 프라이데이즈는 2위 자리마저 위협받고 있는 실정.게다가 자바커피는 국내에 들어온 지 5년간 겨우 27개 매장을 내는 데 그쳤고 작년 12월 시작한 크리스피크림도너츠(KKD)는 미국 본사의 '구조조정'이라는 불운까지 겹쳤다.


◆초라한 성적표


T.G.I.F의 업계 위치는 매장수 기준으로만 보면 아웃백에 이어 여전히 2위.하지만 롯데가 인수한 1년3개월 사이에 매출은 3위 자리로 밀려났다.


T.G.I.F가 올 상반기에 총 464억원을 거둔 데 비해 빕스는 560억원을 벌어들인 것.매출 증가율(동일 매장 기준)에서도 최악의 성적을 냈다.


아웃백(30%) 빕스(13%) 베니건스(13%) 등이 10%를 훌쩍 넘겼지만 T.G.I.F는 작년 상반기 대비 고작 1억원을 더 벌어 증가율 '제로'에 머물렀다.


롯데리아가 운영 중인 자바커피도 고전을 면치 못하긴 마찬가지.롯데측은 점포당 매출신장률이 10%로 순항 중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얼굴격인 1호점(롯데백화점 강남점)이 폐쇄됐고 5년간 늘린 매장수는 27개에 불과하다.


경쟁관계로 출발한 스타벅스(131개)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


신동빈 부회장의 '돈을 벌지 않아도 좋다'는 의지에 힘입어 롯데쇼핑이 작년 12월 미국으로부터 들여온 크리스피크림도너츠도 성적이 기대 이하다.


9개월 만에야 신사동에 3호점을 연 데다 신촌 1호점의 경우 매출이 매달 3억원 안팎으로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300여개의 매장을 보유한 던킨도너츠 관계자가 "경쟁사로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말할 정도다.


이 밖에 롯데리아는 업계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긴 하지만 '웰빙' 트렌드로 쇠퇴일로를 걷고 있다.


올 상반기 매출액은 1800억원으로 작년보다 100억원 줄었다.


◆'관리 마인드'에 안주


롯데그룹의 '고전'에 대해 업계 안팎에선 '레드오션'에 쉽게 뛰어들었기 때문이란 평가를 내놓고 있다.


예를 들어 던킨도너츠와 스타벅스의 성공에 고무돼 이미 포화상태의 시장에 뛰어들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KKD 2호점이 롯데백화점 본점에 들어갔고,자바커피 1호점이 백화점 강남점이었다는 것은 의미하는 게 많다"면서 "롯데의 거대 유통망을 이용한다는 계산이었겠지만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안이한 선택이었다"고 꼬집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외식업엔 '서비스 마인드'가 필수인데 롯데는 '관리 마인드'로 접근하고 있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롯데의 약진이 곧 시작될 것이란 견해도 만만치 않다.


백화점 마트 등 유통망을 효율적으로 활용한다면 막강한 힘을 발휘,'마이너스'가 아닌 '마이더스의 손'으로 불릴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