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들의 올 한해 설비투자 증가율이 15년 만에 처음으로 두자릿수를 기록할 것이란 조사 결과가 나왔다. 반면 한국 기업들의 설비투자 증가율은 5% 내외에 그칠 것으로 예상돼 한·일 양국 간 산업경쟁력 격차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우려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24일 '일본 기업의 설비투자 확대 추이와 시사점'이란 보고서에서 일본정책투자은행이 지난 6월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올해 일본 기업들의 설비투자는 지난해보다 11.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일본 기업들의 설비투자 증가율이 두자릿수를 기록하는 것은 일본 경제가 장기불황에 접어들기 직전인 지난 1990년 이후 처음이다. 제조업의 설비투자 증가율은 19.8%로 3년 연속 두자릿수를 기록하고,비제조업의 설비투자는 6.9%로 5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 기업들의 설비투자는 지난 92년 이후 일시적인 경기회복기(95∼97년,2000년)를 제외하고는 줄곧 감소세를 보였으나 2002년을 저점으로 급속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올 상반기 중 한국의 설비투자 증가율은 2.8%로 극히 저조한 상태다. 각종 경기예측기관들의 올해 연간 전망치를 봐도 한국의 설비투자 증가율은 5% 안팎(한국은행 4.6%,한국개발연구원 6.3%)으로 일본의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일본정책투자은행이 전망한 일본 기업의 설비투자 증가율은 자산규모 10억엔 이상인 4000여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나온 것인 반면 한국은 국민계정상의 설비투자 증가율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제 격차는 이보다 줄어들 수 있다. KIEP는 보고서에서 "설비투자 내용 면에서도 일본은 장기적인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가 늘고 있어 한국 기업이 이에 대응하는 투자를 늘리지 않는 한 양국의 경쟁력 격차는 더욱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기업들은 전체 설비투자 중에서 단순히 생산능력을 확대시키는 투자의 비중(2004년 38.2%→2005년 37.4%)은 줄이는 반면 연구개발(4.5%→5.0%) 같은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는 늘려가는 추세다. 이런 경향은 한국과 경쟁이 치열한 조립·가공형(자동차 전기기계 등) 산업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정성춘 KIEP 일본팀장은 "신사업과 신시장 개척을 위한 설비투자는 국가 경쟁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분야"라며 "한국 기업들도 일본 기업과 대등한 경쟁을 하려면 설비투자를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