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임기 5년의 절반(25일)을 지나고 있다. 마라톤으로 보면 반환점,등산으로 치면 정점에서 내리막길에 들어선 셈이다. 등산할 때 올라가기보다 내려가기가 힘은 덜 든다지만 자칫 발을 헛디디기 쉽고 낙상할 수도 있다. 노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에 어떤 정책목표를,어떤 방식으로 실현시켜 나갈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최근 들어 가동된 언론과의 '대화의 정치'나 다양한 형태로 드러난 '서신 정치'를 통해 후반기 국정운영의 방식을 점쳐볼 수 있다. 비서실장에 이병완 전 홍보수석을 내정해 놓는 등 전열도 정비하고 있다. 집권 후반기의 가장 큰 목표와 대외적 슬로건은 '지역구도 해체'가 될 전망이다. 이미 노 대통령은 이를 '필생의 과제' 수준으로 규정해 놓았다. 한나라당에 제안한 대연정은 일시적으로 가라앉은 상황이지만,이를 위한 정치협상 제의도 다각도로 시도될 것으로 보인다. 각론에선 여권이 선거법 개정안을 내놓고 청와대가 이를 간접 지원하는 형태가 될 전망이다. 과거사 정리도 청와대가 결코 포기하지 않을 과제로 보인다. 가까이는 국정원의 도청 문제와 'X파일' 처리가 쟁점이다. 일제시대 이후 현대사의 여러 사안에 대해 이미 벌여놓은 과거사 규명작업도 대개 뒷정리가 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와 동시에 양극화 해소 및 분열구도의 극복에도 함께 나서겠다는 게 청와대 방침이다. 그러나 양극화나 사회적 분열 문제의 해소는 연정·과거사 정리와 방향이 다를 수밖에 없고 함께 추진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이 두 방향을 어떻게 조화시킬지가 관건이다. 이 과정에서 연초부터 다짐한 '경제올인'을 어떻게 성과로 연결시키느냐도 적지않은 과제다. 노 대통령이나 참모들은 한결같이 "경제를 챙기지 않은 적이 없고,늘 경제살리기는 우선과제"라고 항변하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시중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경제가 장기 침체 국면에 들어서면서 중산층 이하의 서민·저소득층의 불만은 갈수록 고조되고 이는 20%대의 낮은 지지율로 이어진다. 그러나 기업·금융 등 경제정책 각론에서 당장 변화가 예상되지는 않는다. 전반기에 강조한 지방화,중소기업 육성,성장잠재력 확충과 같은 대외적 정책 구호가 이어지는 가운데 행정복합도시·혁신도시·기업도시 건설 등 지방개발사업이 계속 추진될 전망인데 이들 사업 중 상당수는 구체화될수록 갈등요소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이의 처리결과는 다른 사안에 직접 영향을 미칠 정도로 얽혀 있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