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3 04:19
수정2006.04.09 17:31
정만원 < SK네트웍스 대표 mwjung@sknetworks.com >
"아빠,나 늦둥이지?" 할머니 병문안을 다녀오는 차 안에서 신호에 막혀 담배를 피워 문 순간 막내 딸이 물었다.
오빠와 여덟 살 차이니 늦둥이가 맞다.
"늦둥이? 그런 말을 어떻게 알았어?"란 내 질문에 딸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늦둥이를 낳았으면 책임질 줄 알아야지.그런데 아빠가 담배를 피우면 어떻게 해?"하는 것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의 질문에 난 답을 못하고 쩔쩔맸다.
할머니의 편찮은 모습을 보니 자연 내 건강이 염려되었던 것이다.
아빠에 대한 걱정을 섣부른 충고가 아닌 귀여운 투정으로 말함으로써 나를 꼼짝할 수 없게 만든 것이다.
어린 나이였지만 딸아이가 너무나 지혜롭고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모든 부모가 마찬가지겠지만 아무리 화나고 속상한 일이 생겨도 아이 얼굴을 보면 격한 감정이 금세 수그러든다.
부모의 사랑을 내리사랑이라 한다.
그러나 어디 부모 자식 관계가 일방적이기만 하겠는가? 자식은 오직 그 존재만으로도 부모의 사랑을 넘어서는 엄청난 기쁨과 행복을 부모에게 선사한다.
자식을 키우면서 설정한 두 가지 불문율이 있다.
항상 '하라'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얘기하기,'하지 말라'고는 말하지 말 것과 자식이 커서 어떤 행동을 했을 때 가장 걱정이 될 것인가를 미리 예상하고 이를 사전에 교육시킨다는 두 가지였다.
자식과 관련한 가장 큰 위험 요인은 공부를 안 하고 나중에 후회하는 것과 어느날 갑자기 적합하지 않은 사람을 데리고 와 결혼하겠다고 나서는 것이리라.
아들은 유치원에 보냈을 때부터 세뇌 작업에 들어갔다.
매일 아침 인근 산을 함께 오르며 공부를 왜 해야 하는가와 평생 같이할 배우자를 어떻게 고르는 가를 차근차근 가르치는 식으로 다져 나갔다.
아들은 이런 과정을 통해 두 가지 위험 요인을 완벽히 제거했다.
위험을 예상하고 미리 준비한 덕분이었다.
그러나 딸에게는 바쁘다는 핑계로 이를 시행치 않아 고등학교 1학년이 된 올해부터 불문율을 깨고 '공부하라'는 소리를 하고 있다.
모든 사물의 현상이나 결과에는 항상 원인과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세상 모든 일은 필연일 뿐 우연은 없다.
따라서 불확실한 미래를 두려워하고 걱정할 것이 아니라 앞을 내다보고 위험을 예측하여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
다가올 미래를 두려워 할 시간이 있거든 현재를 단단히 함으로써 찬란하게 준비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