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들어가다간 총격전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검찰의 도청수사를 지휘하는 황교안 서울중앙지검 2차장이 19일 사상 처음으로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을 전격 압수수색한 것과 관련, 기자 브리핑에서 했던 농담이다.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정보기관 압수수색의 민감함을 코믹한 수사로 표현한 것. 국가기관에 대한 압수수색도 흔치 않은 일인 데다 국가기밀의 집합체라 할 수 있는 국정원 청사를 구석구석 뒤진다는 것은 그 자체로 역사에 기록될 만한 `사건'임에 틀림없다. 그런 만큼 이번 압수수색과 관련해 `검찰 야사'에 남을만한 다양한 진기록들이 쏟아졌다. 우선 단일 기관에 대한 한차례 압수수색에 부장검사를 포함한 검사 8명이 동원되기는 검찰사상 유례가 없었던 일로 평가된다. 압수수색에 수사관들만 투입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사안이 중요하더라도 검사 1명 정도가 현장을 지휘하는 게 관행이었다. 대규모 인력이 동원된 2003년 2월 SK그룹 구조조정본부 등에 대한 압수수색 때 서울중앙지검 형사9부(현 금융조사부)와 컴퓨터수사부(현 첨단범죄수사부) 소속 검사 4명이 투입됐지만 그것은 SK그룹과 관련된 여러 장소에 분산됐었다. 따라서 검사 8명이 한 장소 압수수색에 동원됐다는 사실은 이번 수사에 대한 검찰의 의지와 국정원 수색의 어려움을 엿보게 해준다. 막대한 인력 투입에도 압수수색이 무려 10시간 30여분에 걸쳐 진행된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검찰은 기업체나 공공기관을 압수수색할 경우 피압수기관의 업무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짧으면 1~2시간, 길어야 3~4시간을 넘기지 않지만 이날은 오전 9시에 시작해 오후 7시30분께 마쳤다. 검찰은 이번 압수수색에 투입된 수사관과 외부전문가들의 수를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지만 대략 40명 안팎이 동원된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의 압수수색에 통신장비 전문가 등 외부 전문가들이 대거 동원된 것도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검찰은 외부인사들을 국가 비밀을 다루는 정보기관 압수수색에 투입하는 데 따른 법적 문제가 없는지를 면밀히 검토한 끝에 이들을 투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대상 기관인 국정원이 이달 5일 `김대중 정부 때도 도청을 했다'며 범죄행위를 자발적으로 공개한 지 2주일이 지난 시점에 압수수색이 이뤄진 것도 전례에 비춰 드문 일이다. 수사대상이 증거인멸할 시간을 주지 않는 `전격성'과 `신속성'이 압수수색의 생명임을 감안한다면 국정원이 탈법사실을 자백한 지 2주가 지난 후 압수수색이 이뤄진 것은 표면적으로는 증거를 없앨 시간적 여유를 충분히 제공한 셈이다. 황교안 2차장은 "국정원은 개인의 집과 다르다. 매우 넓다. 확인된 것도 없이 그냥 들어갔다가 헤매는 사이에 (증거를) 다 치워버린다. 적기를 판단했다. 단순히 며칠이 지났다고 늦었다 빨랐다를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전광석화 같은 압수수색으로 수사성과를 거둔 2003년 SK사건과 비교하는 기자들의 물음에 "국정원은 보안시설이라 어디가 어딘지 외부에 알려져 있지 않고 그 자체가 비밀인 곳이다. 어디를 압수수색하는 게 가장 좋겠는지 판단하는데 애를 썼다. 쉽게 평가하지 말아달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검찰이 만약 이번 압수수색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엄청난 인력을 투입하고도 허탕을 친 대표적인 사례가 돼 그것 자체로도 진기록으로 남게될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