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안기부 불법도청 테이프 공개문제를 놓고 한나라당 지도부 내에서 이견이 표출되고 있다. 박근혜 대표가 야4당 공조로 제출한 특검법의 위헌적 요소를 배제하자며 수정 방침을 밝힌 데 대해 소장파인 원희룡 최고의원이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원 최고위원은 18일 상임운영위 회의에서 "당이 상임운영위에서 분명히 '불법적 내용에 대해서는 공개하되 사생활 관련 내용은 배제하자'는 원칙을 치열한 토론 끝에 합의했다"며 "지금 그 당론이 어디에 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또 "당론이 바뀌었다면 어떤 논의과정을 통해 언제 바뀌었는지 알권리가 있다"면서 "도청테이프에 들어있는 정·경·언 유착과 공작정치에 대해 한나라당이 더이상 과거 변명에 급급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원 최고위원은 이어 "한나라당이 현재의 권력은 비판하면서 과거 권력은 감싸는 이중적 태도를 보여서는 안된다"며 "과거에서 해방돼 현재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비판의 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법무부장관 출신인 김기춘 여의도연구소장이 즉각 반박했다. 김 소장은 "도청의 결과물을 공개하는 것과 시효를 배제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며 "헌법을 지키다 보면 정파적으로 유리할 수도,불리할 수도 있지만 그것이 정책을 정하는 기준이 돼선 안된다"고 테이프 공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 대표도 "헌법정신을 수호하고 일관성 있게 지켜가는 것이 당의 책무"라며 김 소장을 옹호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