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들이 잇달아 출연 계약 파문을 일으켜 법적ㆍ도의적 책임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최진실은 KBS 2TV '장밋빛 인생'에 출연하기로 하면서 MBC와 법적으로 충돌하고 있다. MBC와 전속계약을 맺은 이후 44회 출연 분량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MBC측의 동의없이 덜컥 KBS에서 방영되는 외주제작사(팬엔터테인먼트) 작품에 출연계약을 맺은 것. 최진실은 남아있는 출연 분량 산정에 착오가 있었다며 KBS 출연에 대해 MBC측이 양해해줄 것을 부탁했지만, MBC는 "형평성에 문제가 있으며 향후 좋지 않은 선례가 될 수 있다"며 출연금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출했다. 최진실측은 17일 "아직 MBC와 어떠한 협의점도 도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오지호도 MBC TV '가을 소나기'에 출연하기로 하면서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SBS TV '서동요'에 캐스팅돼 계약까지 마쳤던 오지호는 "아직 맡은 배역을 소화하기에는 자신이 서지 않는다"는 석연찮은 이유로 드라마 외주제작사 김종학프로덕션에 출연 포기 의사를 일방적으로 밝혔다. 김종학프로덕션측은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었으나 오지호 소속사측과 긍정적인 해결을 위한 여지를 남겨두었다. 그런 와중에 오지호가 '가을 소나기'에 출연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강한 불쾌감을 표출했다. 오지호측은 "자숙의 시간을 가지려고 했으나 배역이 너무 좋아 출연을 결심했다. 김종학프로덕션에 양해를 구하겠다"고 밝혔다. 실질적으로 두 배우가 계약을 맺은 주체는 방송사가 아닌 외주제작사다. 드라마 제작 현황을 여실히 보여주는 일면이다. 최진실의 경우 방송사가 배우들에 대해 거의 '독점권'을 행사하다시피 했던 시절에 횡행했던 전속계약이라는 '유물'이 아직 남아있는 가운데 벌어진 사고다. 배우들의 파워가 점점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전속계약을 맺었다 해도 방송사가 원하는 시기나 작품에 배우를 기용하기는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SBS도 신은경과의 전속계약이 남아있지만 신은경이 차일피일 출연을 미루고 있는 형편이다. 스타들에 대해 배타적 독점권을 갖기 위해 거액을 한몫에 선금으로 주고 계약을 맺은 방송사도 비판받아야 하지만, 계약을 하고서도 이를 지키지 않는 배우들의 태도도 결코 올바르지 않다. 김종학프로덕션 박창식 이사는 "출연계약을 파기해놓고 곧장 또 다른 드라마에 출연 계약을 맺은 것은 도의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한창 성장하고 있는 배우 입장도 고려해야 하지만 뭔가 확실한 대응 방안은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실은 KBS에 빼앗기고, 오지호는 결과적으로 SBS에서 데려오게 된 MBC 드라마국의 한 간부도 "배우들이 계약서가 결코 자기가 지키고 싶을 때만 지켜야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MBC는 2003년 드라마 '다모' 방영전 출연계약서를 썼으나 갑자기 출연의사를 번복한 이정진을 상대로 법적 소송을 진행해 배상금을 받은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가희 기자 ka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