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8일자) 방폐장 신청에 먼저 나선 경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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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가 전국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방폐장) 유치 신청서를 산업자원부에 제출했다. 주민 여론조사에서 과반수인 55.4%가 찬성했다고 한다. 경주시의 유치 신청은 지난 20년간 표류(漂流)해 왔던 방폐장 부지 선정 작업의 전망을 밝게 해 준다는 점에서 크게 환영할 만하다.
이달 말 방폐장 유치 신청 마감을 앞둔 상황에서 경주시의 신청으로 다른 지자체들의 발걸음도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군산의 경우 이미 유치 동의안이 의회에서 가결(可決)된 바 있어 곧 유치 신청에 나설 것으로 기대되고 있고,여기에 울진 포항 영덕 삼척 등의 지역들도 방폐장 유치 신청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런 추세대로 간다면 3곳 이상의 지역들이 유치 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있어 그 어느 때보다 방폐장 부지 선정에 대한 기대를 높여 준다.
일각에선 경주시의 유치 신청을 두고 천년고도 문화도시에 방폐장이 웬말이냐며 비난하지만 이는 경주시를 모독하는 것으로 반대를 위한 반대에 불과하다. 경주시가 제시한 부지는 양북면 봉길리 일대다. 도시 광역화로 인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경주 문화지역과는 다른 곳이다. 게다가 지자체가 부지를 제시하더라도 안전성이라든지 사업여건 등에서 적합하다고 판정돼야만 하기 때문에 문화재를 파괴하고 방폐장을 짓는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 앞으로 다른 유치 희망지역에 대해서도 이런 식의 근거없는 매도나 선동(煽動)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정부는 이를 분명히 바로잡아 국민들에게 알려야 할 것이다.
한편 경주시의 유치 신청에 대해 울산시가 철회를 요구하고,군산의 유치 움직임을 서천군이 반대하고 나서는 등 인근 지역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 역시 온당치 못한 처사다. 정작 자기 지역에 방폐장을 유치하려는 지역민들의 고뇌에 찬 결단을 생각한다면 그런 식의 행태를 보인다는 것은 극단적인 지역이기주의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방폐장 부지는 우리 모두의 과제라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누차 강조해 왔지만 방폐장 부지 선정은 언제까지 끌 수 있는 그런 문제가 아니다. 이제는 분명히 매듭을 짓지 않으면 안된다. 경주시의 유치 신청을 계기로 유치 희망지역들이 다수 나와 지역간 공정하고 투명한 경쟁으로 부지 선정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