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까지는 약 10야드.세컨드샷이 그린 앞 러프에 빠졌지만 라이는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다.


생후 18개월 되던 해 처음 클럽을 잡은 이래 아버지가 집 뒤뜰에 마련해둔 쇼트게임 연습장에서 '수만 번' 해봤을 것 같은 샷이 기다리고 있다.


짧지만 자신 있게 친 샷은 감이 아주 좋았고 볼은 붕 떠서 그린에 떨어진 뒤 홀앞 30cm 지점에 멈추었다.


16일 새벽(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스프링필드의 벌투스롤GC(파70)에서 끝난 제87회 USPGA챔피언십 최종일 18번홀(파5)에서 기막힌 로브샷으로 버디를 잡고 생애 두 번째 메이저 타이틀을 획득한 필 미켈슨(35·미국·사진)의 '트레이드 마크'는 바로 쇼트게임이다.


미켈슨은 드라이버샷이 300야드를 넘나드는 장타자이면서도 그린 주변에서 이뤄지는 쇼트게임만큼은 그를 따를자가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가 발군의 쇼트게임 실력을 갖게 되기까지는 아버지의 채찍이 큰 힘이 됐다.


아버지는 미국 샌디에이고에 있는 집 뒤뜰에 실제 코스를 똑같이 본뜬 쇼트게임 연습장을 마련해두고 아들에게 어렸을 적부터 훈련시켰다고 한다.


아버지는 아들이 싫증낼까봐 쇼트샷이 홀에 들어갈 때마다 아들한테 5센트 10센트,그리고 때론 15센트를 주었다.


그런데 얼마 가지 않아 아들은 아버지가 '버거워할 만큼' 홀인을 자주 했고,이것이 오늘날 미켈슨을 미PGA투어에서 쇼트게임의 1인자로 만들게 한 원동력이 됐다고 한다.


미켈슨은 2005USPGA챔피언십 우승 직후 "우리 집 뒤뜰 쇼트게임 연습장은 러프가 꽤 깊었는데 오늘 18번홀 상황과 너무 흡사하다"고 말했다.


미켈슨은 비록 이번 대회에서뿐 아니라 다른 미PGA투어 대회에서도 그린 주변에서 공격적인 샷을 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다른 선수같으면 손쉬운 샷으로 파세이블 노릴 만한 상황에서도 미켈슨은 고난도의 로브샷이나 플롭샷을 구사한다.


뜻대로 되면 버디요,삐끗하면 더블보기까지 감수해야 하는 결정적 순간에도 자신만의 샷을 하는 것.그래서 그의 스코어카드는 대부분 버디와 더블보기가 교차한다.


하지만 이번 메이저대회,그것도 1타차로 승부가 가름날 수 있는 최종일 최종홀에서 미켈슨의 '비장의 무기'는 빛을 발했다.


미켈슨의 메이저대회 2승은 '웨지샷의 승리'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 같다.


미켈슨의 백속에는 웨지가 네 개 들어 있다.


피칭·갭·샌드·로브 웨지가 그것이다.


로프트는 각각 45,50,55,60도다.


미켈슨은 그 중에서도 로브웨지를 잘 구사한다.


한편 미켈슨은 4라운드 합계 4언더파 276타로 스티브 엘킹턴(호주)과 토마스 비욘(덴마크)을 1타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