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평양을 잇는 역사적인 남북 화상상봉을 계기로 IT(정보기술)부문의 남북협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구촌의 마지막 남은 분단국이 이뤄낸 `남북 화상상봉'의 기술적 배경에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IT부문의 기술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IT협력은 특히 정보통신부가 적극적인 지원방침을 천명한 가운데 최근엔 광케이블망이 연결돼 IT교류 협력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이 나름대로의 경쟁력을 갖고 있는 소프트웨어(SW) 등 일부 부문을 중심으로 교류가 활발해지고, 교류영역도 점차 확대될 것이라는 낙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 본격화되는 정부 지원 주무부처인 정통부는 예년과 달리 남북간 IT교류를 적극 지원하는 등 본격적인 남북 IT교류 협력확대에 시동을 걸고 있다. 정통부는 이를 위해 우선 SW 등 일부 부문 등에서 북한지역에 진출하는 중소ㆍ중견 IT업체들을 대상으로 사업 타당성 조사를 위한 자금 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애니매이션과 회로기판 등 IT임가공 등에서 사업타당성 조사를 실시할 경우 얼마든 정부의 지원을 받아 사업 추진이 가능하게 됐다. 정통부는 또 산하 연구기관 등과 공조해 남북 IT 교류를 위한 DB(데이터베이스) 구축에 나서는 등 남북교류를 위한 기반 조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서 진대제 장관은 올초 전략물자 반출제한 품목이 아닌 SW분야를 중심으로 남북 협력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 "IT인력 수급을 위해 비정치적인 분야를 중심으로 남북한 IT교류협력을 적극 확대할 것"임을 천명했으며 이런 기조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 남북 IT교류 확대 신호탄 `광케이블망' KT는 지난달 18일 남북한을 연결하는 광케이블망을 구축, 본격적인 남북 IT교류협력에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했다. 광케이블망은 개성공단 통신공급을 위해 문산-개성을 잇는 총 12코어 규모로 이 중 4코어(15Mbps급)는 남북한 화상상봉용으로 사용돼 남북교류 확대를 알리는 `신호탄'으로 평가되고 있다. 화상상봉용은 80여 가족의 TV급 화상통신과 200만 전화가입자의 통화가 동시에 가능한 규모이지만 향후 12코어가 모두 연결될 경우 최소한 600만 전화가입자가 동시에 통화를 할 수 있어 IT교류에 대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정통부는 "이번 광통신망은 남북을 잇는 IT 대동맥으로 앞으로 남북간 통신협력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며 상당한 의미를 부여했다. 정통부는 나아가 남북간 콘텐츠 교류와 진료·교육 등의 원격서비스 제공이 가능하게 되는 등 남북간 교류협력이 한층 다양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걸림돌은 없나 현재 남북한 IT교류확대에는 미국의 전략물자 통제가 최대 장애물로 지목되고 있다. 미국이 지난 7월부터 자국산 부품이나 기술이 10% 이상 들어간 물품을 북한과 쿠바, 이란, 시리아, 수단, 리비아 등 6개국에 수출할 경우 미국 정부의 사전 허가를 얻도록 하는 수출통제규정(EAR)을 엄격히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반할 경우 최장 20년간 대미수출이 금지되는 등 고강도 제재를 받게 되고, 대상이 되는 `전략물자'의 개념도 매우 광범위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명시적인 전략물자가 아니라도 최종 사용자를 기준으로 `이중용도'(Dual-use)로 전용이 가능할 경우 수출을 일괄 규제할 수 있도록 한 `캐치 올(Catch-all)제도'는 큰 장애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로 윈도가 설치된 PC를 개성공단에 반입할 때도 미국 정부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도 확인됐다. 하지만 일부 국내업체들은 미국의 전략물자 수출제한에 대해 사실상 명확한 대응을 하지 못해 일정기간 수출이 제한되는 등 궁지에 몰리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김권용기자 kk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