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현충원 참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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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을 소재로 쓴 모윤숙의 시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를 읽으면 저절로 마음이 숙연해 진다.
"나는 죽었노라.스물다섯 젊은 나이에/대한민국의 아들로 나는 숨을 마치었노라/질식하는 구름과 바람이 미쳐/날뛰는 조국의 산맥들을 지키다가/드디어 드디어 나는 숨지었노라(생략)"
민족 최대의 비극이라고 하는 한국전쟁은 여류시인의 통곡처럼 수많은 젊음을 앗아갔고 수천년을 지켜온 이 산하를 온통 폐허로 만들었다.
오랜 일제치하에서 조국이 해방된 기쁨도 잠시,북한군의 기습침략에 총을 들고 전선에 나서야했던 병사들은 군번만을 남긴 채 낙엽처럼 스러져간 것이다.
그러나 전쟁 중의 이 영혼들은 죽어서도 쉴 곳을 찾지 못했다.
임시방편으로 부산의 금정사와 범어사에 안치소를 설치했지만,전사자의 수가 급증하면서 육군묘지는 당장의 문제로 대두됐다.
대구 경주 등이 묘역 후보지로 거론됐으나 지역적인 편중과 침수 우려로 선정이 미뤄졌다.
현 서울 동작동의 부지는 종전 직후 이승만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결정됐다고 한다.
2년여의 부지조성작업을 끝낸 1956년에야 무명용사들이 처음으로 이 곳에 안치됐고,애국지사들은 1963년에 안장됐다.
이름도 국군묘지에서 국립묘지,국립현충원으로 바뀌었는데 북한은 이 곳마저도 공격의 표적으로 삼았다.
1970년 북한 무장공비들의 현충문 폭파 미수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8.15 남북대축전에 참가한 북한대표단이 이념과 분단의 상징격인 국립현충원을 어제 참배했다.
이를 두고 여론이 극명하게 갈려 있다.
전쟁발발 당사자인 북측의 사과를 먼저 받아내야 한다는 의견과 참배를 막는 것은 민족분열행위라는 견해가 그것이다.
모두 다 일리있고 숙고해볼 만한 얘기들임에 틀림없다.
한 가지 바람이라면,이번 참배를 계기로 남북관계의 새로운 이정표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것이다.
다만 북측의 태도가 문제일 터인데,다른 속셈이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은 순전히 북측의 몫으로 남아 있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