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세계에는 싸움ㆍ갈등 없어요"‥일본내 '한국요리 전도사' 신월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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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는 만국공통어입니다.음식으로 한국과 일본을 잇는 것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지난 11일 일본 도쿄의 한 중학교 조리실.재일교포 2세 신월순씨(59)가 급식영양사 20여명을 상대로 열띤 한국요리 강연을 펼치고 있었다.
농수산물유통공사 도쿄지사 주최로 열린 이날 행사의 메뉴는 김치 소면과 한국산 파프리카(피망)가 들어간 잡채,소고기-새우 산적.
일본 최고의 요리전문학교인 핫토리영양전문학교 교수인 신씨는 일본에서 '한국요리 전도사'로 통한다.
일본 공영방송인 NHK TV가 붙여준 이름이다.
이날 신 교수의 감회는 남달랐다.
해방 이듬해 8남매의 장녀로 일본에서 태어나 한국인임을 감추고 살았던 학창시절,한국요리를 배우며 정체성을 키워갔던 젊은 시절과 교수로 성공하기까지의 지난했던 삶이 주마등처럼 스쳤기 때문이다.
"학창시절 제 친구들도 제가 한국사람인지 몰랐습니다.
일본 이름으로 일본 사람인듯 살았습니다." 신 교수는 고교를 졸업한 뒤 한국인임을 감추고 살았던 것에 엄청난 가책을 느껴야 했다.
민단 한국청년동맹 주최 요리교실 강습회에 갔던 것이 이런 번민을 깰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그때는 격동의 시대였습니다.
주변에서는 매일 정치 싸움뿐이었어요.
요리라면 싸움이 필요 없을 것 같았어요." 한국인으로서 일본 최고의 요리사가 되리라 다짐한 그는 재일교포 차별을 딛고 실력 하나로 당당히 핫토리학교 교수로 올라섰다.
한국 유학생들이 수백명 거쳐간 핫토리 학교에서 신 교수는 처음으로 한국요리 실습시간을 만들었다.
신 교수는 13일 한국을 찾았다.
광복절을 맞아 한국인 요리 제자들과 서울에서 만나기 위해서다.
정용성 기자 herr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