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과학적인 것인 양 여겨질 법한 최면이 실제 수사과정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을까?. 대구 북부경찰서가 지난 7일 부녀자 날치기범을 검거하는 데는 최면수사의 도움이 컸다. 피해여성 김모(38)씨는 지난 1일 새벽 귀갓길에서 자신을 뒤따라온 강모(32)씨에게 현금 20만원이 든 손가방을 빼앗겨 곧바로 뒤쫓아 갔지만 강씨가 길가에 대기시켜둔 승용차를 타고 달아나버리는 바람에 끝내 놓쳤다. 사건을 접수한 경찰은 김씨와 목격자로부터 범인의 승용차가 흰색에 차량번호가 `86XX'라는 단서를 확보했고 네 자리가 같은 번호의 차량을 조회한 결과 대구.경북지역에 모두 38대의 흰색 승용차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러나 차종을 알 수 없어 용의차량을 특정하기가 어렵게 되자 경찰은 결국 김씨에 대해 최면을 실시했고 그 결과 김씨는 용의자의 인상착의와 함께 "승용차 뒤 범퍼가 둥글고 스포일러가 달려 있었다"는 기억을 재생해냈다. 이후 경찰이 김씨와 함께 피해장소 일대를 샅샅이 누비던 중 한 빌라 주차장에 세워진 같은 번호의 흰색 엑센트 차량을 김씨가 지목, 차량 소유주를 확인 조사한 끝에 강씨로부터 범행 일체를 자백받을 수 있었다. 앞서 대구에서는 2000년 남부경찰서의 뺑소니 사망사고와 지난 해 대구지방경찰청의 유흥업소 사장 납치강도 사건을 최면수사법으로 해결했고 지난 5월 발생한 달서구 신협 강도사건의 용의자 몽타주도 최면을 이용해 얻었다. 최면수사에서의 기억 그 자체가 법적 증거로 인정되진 않지만 피해자나 목격자가 직접 본 사실을 기억하지 못할 때 활용하면 중요한 단서를 찾고 수사방향을 설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대구경찰청 과학수사계 관계자는 "아직 최면수사에 대한 인지도나 활용도는 낮은 편이지만 살인이나 강.절도, 뺑소니 등 모든 사건에 응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현재 대구에는 국립수사과학연구소로부터 최면수사법을 교육받은 4명의 수사관이 있으며 대구경찰청에 의뢰가 들어오는 최면수사 건수는 매월 평균 7~8건 가량으로 과거에 비해 크게 늘었다. 대구 지하철경찰대 김종헌(38) 경사는 최면에 대한 관심이 남달라 수년 전 한 최면전문가로부터 사사(師事)까지 받은 경우다. 김 경사는 "기억복원에는 당시 자극의 정도와 관찰 기회, 회상 시점 등 여러 가지가 작용하고 피최면자가 의식적으로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며 "따라서 최면을 통한 사건해결이 쉽진 않지만 막막한 수사에서 하나의 방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면수사는 조용한 방에서 수사관이 최면유도문을 읽으면서 행해지며 보통 한 사람에 대해 1~2시간씩 소요되는데 담당 수사관은 하루 2건만 시행해도 정신적으로 몹시 지치게 되는 힘든 작업이라고 한다. (대구=연합뉴스) 한무선 기자 msh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