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N암로의 런던 지점을 주의하라.' 네덜란드계 투자은행인 ABN암로 계열의 런던 자회사가 국내 상장사 24개사의 지분을 대거 확보,주식을 사고 파는 과정에서 관련 기업들의 주가를 크게 흔들고 있어 주목된다. 이 외국계 투자자는 특히 투자 목적을 '경영 참여'로 밝혀 놓고도 몇몇 종목에 대해선 단기 매매를 통해 차익을 거두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망되고 있다. 11일 금융감독원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ABN암로은행 런던 지점'으로 등록된 외국인은 전날 밤 늦게 신화실업이라는 거래소 소형 종목의 지분을 '경영참여 목적'으로 추가 확보,지분율을 8.72%로 늘렸다고 금감원에 신고했다. 이 외국계 투자자는 11일에도 ABN암로 국내 증권사 창구를 통해 코스닥 종목인 스펙트럼 주식을 20만주 이상 장내 매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ABN암로은행 런던 지점이 매매하는 종목마다 주가가 급등락한다는 점이다. 증권업계에선 이에 따라 ABN암로은행 런던 지점의 실체와 이 투자자가 국내 소형주만 골라 매입하는 이유가 뭔지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현재 금감원에 따르면 이 외국계 투자자는 거래소에서 신화실업과 케이아이씨,코스닥에선 디와이 스펙트럼 유비스타 등 모두 24개사 지분을 보유 중이다. 특이한 것은 이들 종목이 평소 외국인의 관심 밖인 소형주들이라는 점이다. 한 외국계 증권사 영업담당 임원은 "이 투자자는 ABN암로의 여러 개 자회사 중 하나로 주로 이머징 마켓의 덜 알려진 소형주를 벤처 투자하듯 사들여 주가를 띄운 후 차익 실현하면서 이익을 남기는 전문 투자회사"라며 "런던 지점이 자금 집행 창구"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 외국계 투자자는 국내에서도 보유 중인 상당수 종목을 사고 팔면서 이득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보유 종목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상당 물량을 라이언하트라는 영국계 투자회사에 넘겨 100억원 가까이 남겼으며 이후에도 보유 주식을 꾸준히 장내에서 사고 팔아 이익을 거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 외국계 투자자의 행태를 보면 겉으로는 '경영 참여'를 위해 지분을 매입한 것처럼 위장한 후 나중에 주가가 급등한 사이 차익 실현을 위해 물량을 처분할 가능성이 높다"며 "경영 참여라고 밝힌 외국 투자자를 무조건 장기 투자자일 것으로 믿고 추격 매수할 경우 투자자들만 손실을 볼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