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왕실의 보물 4만여 점을 한 데 모은 국립고궁박물관이 광복 60주년인 오는 15일 경복궁에서 문을 연다.


지난해까지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쓰이던 건물에 둥지를 튼 고궁박물관은 우리나라의 첫 왕궁박물관.1910년 대한제국이 일본에 강제병합되면서 조선 왕조가 멸망한 지 95년 만이다.


그동안 왕실 유물은 일제 때 이왕직(李王職)에서 관리하다 광복 후에는 '구황실 재산 사무총국'을 거쳐 미술품은 국립중앙박물관이,고문서는 서울대 규장각과 한국학중앙연구원이 관리했다.


그러나 미술품과 고문서가 아닌 유물들은 경복궁 창덕궁 등 4대궁과 종묘,능·원 등에 흩어진 채 방치됐다.


이번에 문을 여는 고궁박물관은 1992년 덕수궁 석조전에서 문을 열었던 궁중유물전시관을 대폭 확대한 것.궁중유물전시관에 비해 전시공간은 3배,수장공간은 10배나 넓어졌고,곳곳에 흩어졌던 유물들을 한 데 모아 4만 여점을 확보했다.


박물관측은 "2000여평의 전시공간에 900점씩 공개해도 향후 10년 동안 매번 다른 주제로 전시회를 열 수 있다"고 설명한다.


오는 10월 용산에서 문을 여는 국립중앙박물관과 쌍벽을 이룰만하다.


이번에 공개되는 유물들은 700여 점.왕실의 위엄과 권위,생활과 예술을 보여주는 유물들이 5개의 전시실에 전시된다.


우선 주목할만한 것은 왕과 왕비의 덕을 기리는 의식에 사용된 어보(御寶)와 그 공덕을 찬양하는 내용을 옥에 새겨 책으로 만든 어책(御冊),역대 임금의 초상화인 어진(御眞),왕실의 족보인 선원록 등.태조고황제금보(太祖高皇帝金寶),태조와 영조의 어진 등 좀처럼 보기 어려운 보물들을 직접 만날 수 있다.


영조가 세손이던 정조에게 내린 가르침을 담은 문서와 왕실의 혼례의식 행렬을 상세하게 기록한 반차도 등도 선보인다.


종묘에 있던 진설상과 제기,편경,편종 등의 다양한 제례악기도 내놓는다.


조선시대의 궁궐건축도 만날 수 있다.


여러 궁궐에 걸려있던 현판들과 궁궐의 건축과정을 담은 자료들,궁궐 추녀마루 위에 있어서 멀리서만 볼 수 있었던 잡상(雜像)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조선왕조의 개국이 하늘의 뜻임을 새기기 위해 별자리를 돌판에 옮긴 천상열차분야지도각석(天象列次分野地圖刻石·국보 228호)과 측우기,앙부일구(해시계) 등 과학문화의 정수도 보여준다.


왕의 권위와 위엄을 보여주는 검과 철되,영왕비 대홍원삼(英王妃大紅圓衫)과 금봉잠(金鳳簪) 등의 위엄있는 의류와 고품격 가구,장신구,도자기 생활용품 등도 화려한 자태를 드러낸다.


국립고궁박물관은 또 개관을 기념해 국내외 주요 백자 달항아리 9점을 선보이는 특별전도 다음 달 25일까지 연다.


백자 달항아리를 한 자리에 모은 최초의 전시다.


매주 월요일 휴관.(02)3701-7500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