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이 내부감사를 통해 김윤규 현대아산 부회장의 개인비리를 적발한 배경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부회장은 고(故) 정주명 명예회장의 숙원사업이었던 대북사업을 고 정몽헌 회장과 함께 주도한 장본인으로 현대그룹의 대표적 전문경영인으로 꼽혀왔기 때문이다. 현대그룹 안팎에서는 대북사업의 주도권을 둘러싼 현정은 회장과의 갈등설에 무게를 두고 있다. 남편인 정몽헌 회장 사후 현대그룹 회장직을 맡게 된 현 회장은 당연히 정주영 명예회장의 며느리이자 정몽헌 회장의 유지를 이어받은 자신이 대북사업을 주도해야 한다고 여긴 반면 김 부회장은 정주영 명예회장 때부터 사실상 대북사업을 주도해온 자신의 고유영역을 강조함으로써 갈등이 빚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현 회장이 지난달 장녀 정지이씨를 대동하고 방북,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직접 면담한 것은 대북사업의 정통성을 다른 전문경영인이 아닌 오너 일가가 직접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재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현대그룹에 정통한 한 재계 관계자는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이룩한 대북사업을 누가 주도하느냐를 놓고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올해 3월 윤만준 고문을 현대아산 사장으로 선임한 것도 김 부회장의 입지를 좁히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 회장은 당연히 그룹회장인 자신이 대북사업을 주도해야 한다고 여기는데도 김 부회장이 자주 돌출발언을 해 현 회장과 측근들의 심기를 건드렸고 이것이 결국 내부감사를 통한 김 부회장의 개인비리 적발로 이어졌을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현대그룹 관계자는 "오너와 전문경영인의 역할이 따로 있는데 두 사람이 대북사업 주도권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었다는 것은 억측"이라며 "김 부회장 비리건도 내부적으로 조용히 처리하려고 했는데 언론 보도로 일이 커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정 열 기자 passi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