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스토리 감독의 SF '판타스틱4'는 초능력에 관한 만화적인 상상을 형상화한 SF영화다.


실제 만화가 원작인 이 작품에는 '헐크'나 '스파이더맨'처럼 과학실험 사고로 유전자가 변형된 초인영웅들이 등장한다.


헐크나 스파이더맨은 초능력을 얻은 대신 정체성 혼란으로 고통을 받았다.


그러나 신작의 네 슈퍼영웅은 초능력을 축복으로 받아들인다.


호기심에 가득한 타인들의 시선을 기꺼이 즐기며 사고를 계기로 사랑을 찾기도 한다.


몸의 이상징후로 인한 최초의 두려움이란 시간이 흐르면서 경험하기 전의 고통임이 증명된다.


주인공들은 또한 고군분투했던 헐크나 스파이더맨과 달리 힘을 합쳐 악당을 물리친다.


결국 이 작품은 초인영웅을 다룬 SF 중 가장 낙천적인 시선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헐크'와 '스파이더맨'처럼 초인영웅들의 존재론적 고뇌를 담아내지 못하고 치기 어린 상상에 머물렀다.


위기의 순간에 투명인간으로 변하는 수(제시카 알바),온몸이 불덩이로 바뀌는 자니(크리스 에번스),돌덩이 같은 근육의 벤(마이클 시크리),신체가 고무줄처럼 늘어나는 리드(이안 그루퍼드) 등은 기존 과학의 가설로는 도저히 설명될 수 없다.


플롯도 허점투성이다.


주인공들이 우주광선에 노출되는 사고를 겪은 뒤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병원에서 눈을 뜨는 장면은 지나친 비약이다.


치명적인 사고였던 만큼 연구소나 인물들의 피해 상황이 묘사됐어야 한다.


불덩이로 변한 자니의 체온이 최고조로 급상승할 경우 지구가 위태로워진다는 발상도 터무니없다.


옷을 벗어야 투명인간으로 완벽하게 변하던 수가 나중에는 옷과 함께 사라진다.


옷의 유전자도 변형된 것일까.


돌덩이처럼 변한 벤이 간단한 실험장치에서 정상복구되는 장면에도 무리가 있다.


그가 사고 후 아내로부터 금세 버림받는 장면은 안이하다.


부부간의 금실이 묘사된 만큼 아내가 심경의 변화를 일으키기까지 고통 혹은 좌절에 대한 설명이 곁들여져야 했을 것이다.


11일 개봉,12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