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운 시절을 잊지 말라.'


박문덕 하이트맥주 회장(55)이 요즘 임직원들에게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크라운 시절'은 과거 OB맥주에 눌려 25∼30%의 마켓셰어에 머물던 40년간의 조선맥주 시절로,진로를 인수해 소주시장까지 석권한 하이트맥주에는 '서럽던 올챙이 시절'을 의미한다.


하이트인들은 박 회장의 이 말을 "진로를 인수했다고 목에 힘주지 말고 '초심'을 유지하라"는 경고의 메시지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한다.


박 회장은 진로인수 후 고객 서비스도 더 강조하고 있다.


"봉급은 내가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고객들인 주류 도매상과 소비자들이 주는 것"이라는 게 박 회장의 철학이다.


실제 그는 부친인 박경복 명예회장이 조선맥주 시절 회사 정문에서 주류 도매상들을 맞았던 것처럼,주류 도매상이 방문을 마치고 돌아갈 때는 엘리베이터까지 꼭 배웅을 한다.


박 회장은 영업 사원들에게는 별도의 특명을 내렸다.


'진로 직원들과 일체 접촉하지 말라'는 것.인수합병의 미묘한 과정에서 선의의 말을 건넨다고 해도 그 뜻이 잘못 전달돼 괜한 갈등의 소지를 만들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주류 공룡' 하이트맥주가 조직 비대화에 따른 숙제들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된다.


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