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최종 타결이 기대됐던 6자회담이 북측이 최종안의 수용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고집하면서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회담 타결이 불투명해지고 있다는 비관론이 나오는가 하면 2∼3일 내 부분 수정을 거쳐 최종 타결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는 등 갖가지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6자회담이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안개 속으로 빠져드는 양상이다. ◆북한,왜 결단 못하나 일단 중국이 제시한 4차 수정안에 대해 평양 당국은 핵의 평화적 이용 권리를 원천봉쇄하려는 성격이 강한 만큼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최종안에 이 부분이 어떻게 표현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북한의 요구대로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았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북한은 또 핵폐기의 대가 역시 명확하지 않다는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정안의 내용 중 북핵 폐기의 상응조치인 북·미관계 정상화 및 보장 수준이 기대치를 밑돈다는 판세 분석을 했다는 것이다. 북·미 간 관계 정상화와 관련,'북의 핵폐기에 맞춰 관계 정상화를 추진한다'는 문장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으나 평양 당국은 이를 보다 명료화시켜 줄 것을 요청하도록 자국 협상대표단에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두 가지 쟁점은 회담 막판까지 북·미 간 좁혀지지 않는 쟁점으로 남아 있다. 공사가 중단된 경수로 건설 재개에 대한 북측 당국의 입장이 예상외로 완고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비관도 낙관도 못한다 북한의 머뭇거림에도 불구,회담의 판 자체가 깨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번 회담이 무위로 끝날 경우 미국 내 강경 대응론이 고개를 들면서 모종의 '결심'을 굳히는 단계로 진전될 가능성이 큰 데다 중국과 러시아 등 북한에 우호적 자세를 보이고 있는 국가들의 입지도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도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상실했다는 판단이 내려질 경우 북한은 완전 고립 상황이 불가피하다. 관건은 중국이 과연 북한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북한이)근본적인 이슈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말해 이 과정이 결코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또 이미 본국 훈령을 통해 4차 수정안에 대해 'OK' 사인을 받아낸 미국 등 핵심 당사국의 입장이 변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힐 차관보는 "회담이 결말을 향해 가고 있다(getting to the end)"고 말해 긍정과 부정이 섞인 전망을 내놨다. 이날 4시간여에 걸친 북·미 양자 협의는 일단 실패로 끝났다. 중국마저 최후 설득에 실패할 경우 회담은 결국 마지막 건널목을 건너지 못한 채 교착 상태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베이징=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