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조 혼성그룹 쿨(김성수, 이재훈, 유리)이 2일 기자회견장에서 해체를 발표한 시간은 30분도 채 안됐다. 그러나 이들이 무대에서 노래한 기간은 10년이 훌쩍 넘는다. 김성수, 이재훈, 유리 등 세 멤버는 기자회견 30분 동안 쿨이라는 이름으로 산 11년이 주마등처럼 스치는지 눈물로 아쉬움과 허탈함을 표시했다. 1994년 결성된 쿨은 대중적인 댄스 음악으로 남녀노소의 사랑을 받았다. 최장수 혼성그룹이라는 타이틀을 얻으며 정규 음반 10장, 스페셜 음반까지 총 17장의 음반을 발표했다. 최근, 마지막 음반이 된 10집을 냈고 단 한차례의 음반 활동도 하지 않았지만 3일 현재 한터 주간차트 2위 등 각종 음반차트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여전한 세 과시다. ▲쿨, 왜 해체됐나 쿨의 해체는 갑작스럽지만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10집에는 멤버들이 해체를 결심한 듯, 안녕을 고하는 내용의 노래들이 수록돼 있다. 수록곡 중 'Friend'와 '10 years', 'End...And'는 이별을 고하고, 서로의 행복을 빌어주는 내용이다. 쿨의 해체는 2003년 12월 8.5집을 낸 이후부터 멤버간의 불화, 이재훈과 유리의 애정문제 등이 거론되며 조짐을 보였다. 급기야 작년 7월 9집 발표 직후 쿨은 한차례 해체를 추측케 했다. 당시 9집 준비 과정에서 멤버간의 이견차로 음반 준비가 지연되는 등의 문제가 불거졌고, 방송 노출을 일체 하지 않은데다 김성수가 홀로 기자회견을 준비한다는 등의 얘기도 흘러나왔다. 그러나 이재훈은 당시 이를 일축했고, 쿨은 몇몇 설이 무색하게 명맥을 유지하며 올해 7월 10집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음반 제작 과정에서 "녹음과 뮤직비디오를 따로 촬영했다"는 얘기는 끊이지 않았고 소속사에서도 "뮤직비디오로만 홍보한다"는 방침을 세워뒀다. 기자회견 직후 소속사는 해체 이유를 묻자 "멤버간 불화로 헤어진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때 사이에 금이 가기도 했지만 모두 화해했고, 여전히 불화가 있었으면 오히려 지금 헤어지지 못한다. 멤버들도 어느 정도 나이가 있고 발표하는 음반마다 좋은 성적을 거뒀다. 정상에 있을 때 해체해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의미다"고 소문을 일축했다. 또 "10집 준비 과정에서 멤버들끼리 만난 적은 거의 없다. 각자 활동하며 한달 안에 음반을 제작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예전처럼 뭉쳐서 만들기에는 스케줄을 조정하기도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쿨, 뭘 남겼나 쿨이 대중음악사에서 남긴 건 많다. 쿨은 9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주류 음악의 경향을 대표하는 그룹으로 꼽힌다. 음악평론가 임진모 씨는 "쿨은 90년대 와서 여름 음악, 겨울 발라드 등으로 음악을 콘셉트화 해 주목받은 그룹이다. 90년대 대중음악의 캐릭터 같은 존재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그들의 음악은 경쾌함과 재미의 한복판에 있다. 과거 세대는 음악에서 신중함, 진중함을 찾았다면 쿨은 경량급의 재미를 찾은 대표적인 팀이다. 또 여성 보컬 유리를 비롯해 멤버들의 외모를 봐도 선남선녀는 아니지만 질리지 않는 비주얼이다. 음악과 외모에서 평균치의 미학을 발산하며 팬들을 무장해제 시켰다. 이런 점이 그들이 사랑받은 이유다"고 분석했다. 대중음악평론가 박은석 씨도 9집 발표 당시 이들에 대해 "댄스 음악과 코미디를 결합한 듯한 쿨과 그들의 음악은 불쾌지수를 낮추는 경쾌함으로 그들의 영역을 확보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일상적인 가사와 부담없는 멜로디가 결합한 시너지 효과를 평가한 대목이다. 94년 김성수, 이재훈, 최준명, 유채영 4인조로 1집을 발표한 쿨은 2집 때 최준명과 유채영이 탈퇴하자 여성 보컬 유리를 영입하며 현재의 라인업을 구축했다. 지금껏 700만장에 가까운 음반 판매량을 기록했고, 2002년 7집이 연간 최다 판매량인 63만장을 기록, 골든디스크 대상의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히트곡으로는 '애상', '해변의 연인', '슬퍼지려 하기 전에', '아로하' 등이 있다. 해체를 공식 발표하는 기자회견장에서 이재훈은 "해체라는 표현은 쓰고 싶지 않다. 마침표가 아닌 쉼표이길 바란다"며, 유리는 "쿨이라는 이름과 음악은 영원하길 바란다"고 했다. 언젠가 이들의 모습을 또 다시 볼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mim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