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연 이틀째 한나라당과 대연정을 공개적으로 제안,한여름 정치판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노 대통령은 특히 현행 선거제도 때문에 지역주의가 변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뒤 "정권을 내놓는 한이 있더라도 선거제도는 꼭 고치고 싶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29일 대연정 제안과 관련,기자간담회를 갖고 "연정 대연정 하니까 이것만 받아들이는데 내가 원하는 것은 대연정보다 선거제도 개혁"이라고 밝혔다. 또 선거제도 개혁사례로 권역별 비례대표,독일식 비례대표제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국회의원 증원도 가능하다는 견해를 밝히는 등 대연정에서 한발 더 나아간 정치적 제안까지 던졌다. 한나라당 주도의 대연정 제안과 관련,노 대통령은 "실질적인 정권 이양이며,헌법상으로 허용되고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프랑스의 제5공화국 헌법과 동거정부의 사례 등을 들어가며 거듭 "진지하게 받아달라"고 촉구했다. 정책적 혼란 가능성에 대해서 노 대통령은 "정체성이 아주 다른 정당끼리 대연정을 성공한 역사가 있고,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차이는 역사적으로 대연정에 성공한 사례보다 오히려 적다"며 "부동산정책은 같이 갈 수 있고,교육정책은 토론해서 가면 될 것이고,국보법 문제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의원들이 진지하게 대화하면 오히려 지금보다 답이 쉽게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자세한 문건(서신)에 이어 기자간담회를 가지면서 대연정을 재차 거론한 것은 "정권까지 내놓겠다"며 던진 제안을 한나라당이 일언지하에 '의미없는 것'으로 규정하고 열린우리당에서는 내홍조짐까지 보이자 직접 사회적 공론화를 주도해 나가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28일 서신은) 한자한자,한줄한줄에 의미 차이를 꼼꼼히 따지면서 쓴 글"이라며 앞으로도 계속 이 문제를 제기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에 따라 임기 후반기 정치의 최대 관심사는 연정과 선거제도 개혁 문제가 될 전망이며,논의 수준에 따라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에서는 보·혁 및 정치적 견해차에 따른 분열상도 예상된다. 이번 제안이 갑작스럽고,정치적 복선도 보인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갑작스런 제안이 아니며,대선 때부터 제1의 공약"이라고 설명한 뒤 "총체적으로 봐서 주가 1000포인트 시대에 들어갔으면 대통령이 약속한 정치개혁도 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