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6자회담 전체회의 기조연설을 통해 공개된 북한과 미국의 협상 카드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협상용으로도 볼 수 있지만 향후 협상과정에서 상당한 암초로 작용할 요소들이 적지 않다는 게 회담장 주변의 평가다. 다만 양측이 한반도 비핵화와 관계정상화 방안 등 큰 틀의 목표를 서로 제시하고 적극적인 협상의지를 밝힌 점은 긍정적 요소로 보여 어느 수준까지 탄력적인 입장을 보일지가 타결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우리측 수석대표인 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는 "공통분모와 차이점을 확인한 자리였으며 회담 기간 동안 폭을 좁혀나갈 것"이라며 "회담전망이 밝다,밝지 않다고 얘기하는 것은 이르다"고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북·미 요구 수준 현격한 차이 북한의 요구조건은 한마디로 한반도 전체의 비핵지대화다. 북한은 물론 우리측도 비핵화의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다. 북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미국의 핵 위협 제거와 남북한 동시 비핵지대화를 거론하며 무조건적인 핵 불사용을 담보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구체적 이행과제로는 △남한 내 핵무기 철폐 및 외부로부터의 반입금지 △핵우산 제공 철폐 △비핵화에 따르는 경제적 손실 보상문제 등을 열거했다. 어느 것 하나 미국이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이다. 대북 전복정책을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들어있다. 북한인권법 등을 지칭한 것이다. 결국 당초 우려대로 북한이 핵 폐기 이행단계에서 미국도 의무사항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미국도 북한에 현존하는 모든 핵무기와 핵프로그램을 효과적 검증을 수반해 폐기해야 한다고 요구,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 가능성 자체를 차단했다. ◆큰 목표에서의 합의는 긍정적 일단 북·미 양측이 한반도 비핵화와 관계 정상화 등 큰 틀의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 신호다. 또 이번 회담에서는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한 원칙적인 틀을 만들어 내고 이를 명문화시킨 합의문 형태로 도출해낼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는 북한은 동의하고 있다. 이른바 '말 대 말'의 합의를 이루고 이후 구체적 실행방안을 '바구니'에 담아 실행에 옮기는 '행동 대 행동' 단계로 이행하자는 것이다. 우리측은 이날 오후 3시30분부터 1시간15분 동안 북한과 양자협의를 갖고 북측의 기조연설 내용에 대해 '한 줄 한 줄 짚어가며' 북측의 의도를 확인했다. 우리측 회담 관계자는 북한의 한반도 비핵지대화 주장에 대해 "우리가 요구하는 한반도 비핵화와 중복된 내용도 있고 차이점도 있다"며 "협상을 통해 이견을 좁혀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 문제가 남한에 대한 핵우산 제공의 철폐 등 한·미동맹을 직접 겨냥했다거나 핵군축회담의 주장과 직결되는 사안은 아니다"고 말했다. 인권문제에 대해서도 "미국이 갖고 있는 대외정책의 차원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의미를 축소했다. 회담 관계자는 "이번 회담에서 각 국은 일단 기대 수준을 낮춰 북핵 포기와 대응조치를 담은 선언적 합의문을 도출해 내는 '제한적 목적'을 달성하고 이후 구체적 이행과제에 대한 사안별 협의를 진행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베이징=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