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 가나 사람들 발과 다리만 쳐다보니 가끔 이상한 사람으로 오해받기도 하죠. 게다가 일본 사람이니…." 한국생활 8년차인 시미즈 나오코씨(28·여)는 남자의 다리를 뚫어지게 쳐다보다 야릇한(?) 오해를 받을 때가 제일 민망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현재 신발 전문 유통업체인 일본계 ㈜ABC마트코리아 상품기획팀의 유일한 외국인이다. 일본 업무를 전담하고 있는 감초 역할.PB(private brand) 제품인 '반스'와 '호킨스'의 아동화 부문도 담당하고 있다. 시미즈씨가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대학 시절 한국어과 친구들을 만나면서부터.전공은 중국어였지만 한국에 매력을 느끼면서 '한국에서 좋아하는 신발 관련 일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했다. # 그녀 이름 딴 브랜드 신발도 나와 "어릴 때부터 신발 마니아였어요. 신발은 패션과 기능이 결합된 정말 재미있는 분야거든요." 하지만 한국 도전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지난 98년 서울에 온 그녀는 2년간 한국어 공부를 마친 다음 일본과 무역을 하는 회사에 취직했지만 회사가 이내 문을 닫는 바람에 그만뒀다. 두 번째로 캐릭터 제작 회사에 들어갔으나 얼마 못가 또 다시 회사가 부도 위기에 몰리면서 직장을 나와야 했다. 한국에 온 지 6년이 지났지만 그녀는 여전히 정착하지 못한 상태였다. "한국생활이 싫어지더라고요. 귀국해버릴 생각까지 하고 있는 중에 한 취업 사이트에서 ABC마트의 채용 공고를 봤어요. 정말 구세주를 만난 것 같았어요." 일본에 있을 때부터 점찍어 두었던 회사가 한국에 들어오다니…. # 한국 신세대들 경제 자립의지 약해 2003년 봄 입사 결정이 난 순간 인생이 새롭게 느껴질 정도로 기뻤다. 그녀는 신바람이 나 미친듯이 일했고 회사에서 단시간에 인정받았다. 회사가 새 신발을 내놓을 때 브랜드명을 그녀의 이름을 따 '나오코'로 정할 정도였다. "가장 좋아하는 두 가지인 한국과 신발을 만끽할 수 있으니 정말 행복합니다." 여건이 허락하는 한 한국에 계속 눌러 살 것이라는 시미즈씨에게 한국인에 대한 인상을 물어봤다. "인정이 많고,열정이 있어서 좋아요. 예의도 바르고….그런데 사고가 경직돼 있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특히 신세대들이 경제적으로 자립해야겠다는 의지가 약한 것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입니다. 일본의 같은 또래에 비해 술을 너무 많이 마시는 것 같고…." 한국의 같은 또래는 시미즈씨를 어떻게 볼까. "섬세하고 꼼꼼합니다. 항상 완벽을 추구하죠.그런데 다소 개인주의적인 면이 한국 사람과는 다르다고 생각해요." 그녀는 국제 취업이나 국제 결혼에 대해 적극적이었다. "자신의 능력만 있다면 여러 나라에서 일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결혼도 서로 느낌만 공유할 수 있다면 국적은 아무 문제 없습니다." 한·일 관계에 관해 이 일본 젊은이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일본 내 혐한증(嫌韓症)에 대해 물어봤다. 그녀는 "한국인이 피해자이므로 일본 사람들이 한국을 싫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제가 외동딸이어서 니가타에 있는 부모님은 아직도 한국에 있는 게 못마땅하시죠.그래도 한국이 좋고,이곳에서 해야 할 일이 많아요. 신발에 많이 배고프거든요.(웃음)" # 서울생활 가장 힘든 건 역시 '집값' 시미즈씨는 한국의 주거비가 한때 세계 최고를 자랑(?)했던 일본을 따돌릴 정도로 비싸다면서 "외국인들에게 서울생활의 가장 힘든 점은 부동산값 폭등"이라고 꼬집었다. "소득 수준을 감안하면 서울의 집값이 세계 최고일 것"이라는 그녀는 "일본과 마찬가지로 서울의 젊은이들도 내 집을 갖고 싶어하지만 그 꿈이 점점 멀어져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