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권 인수·합병(M&A) 시장의 ‘태풍의 눈’인 홍콩상하이은행(HSBC)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빈센트 쳉 HSBC 아태지역 회장은 오는 28일 방한,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을 만나 환담할 예정이다.지난 5월 아태지역 회장으로 취임한데 따른 인사차 방문이라는 게 은행측 설명.하지만 HSBC는 올 하반기 금융권 M&A 시장의 최대 매물로 꼽히는 LG카드와 외환은행 인수전의 강력한 후보라는 점에서 그의 방한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금융계 고위 관계자는 "론스타가 소유하고 있는 외환은행 지분 51%를 놓고 국내 은행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가장 강력한 후보는 역시 HSBC"라고 분석했다.


비록 HSBC는 "외환은행 인수에 관심이 없다"(스테픈 그린 HSBC CEO)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제일은행 인수에 실패한 HSBC가 외환은행 인수에 뛰어들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LG카드 인수전에서도 HSBC는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영국 일간지인 타임스는 지난 2월 HSBC가 26억4000만달러(약 2조7000억원)에 LG카드 인수를 추진 중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실제로 HSBC는 산업은행 등 LG카드 채권단과 접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HSBC가 LG카드 인수 의사를 내비침에 따라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 꼽히던 우리금융과 하나은행 신한은행 등이 바짝 긴장했다.


국내 금융사들은 특히 HSBC가 외환위기 이후 시도했던 국내 금융사 인수가 번번이 막판에 무산됐던 점을 주목하고 있다.


HSBC는 지난 1998년 제일은행을 사기 위해 뉴브리지캐피탈과 경합을 벌였으나 고배를 마셨다.


이어 99년에는 서울은행을 인수키로 하고 금융감독위원회와 양해각서(MOU)까지 교환했으나 가격차로 인해 무산됐다.


또 2003년엔 한미은행 인수 후보 대열에 끼었지만 결국 씨티그룹에 밀렸다.


특히 작년 말에는 뉴브리지캐피탈과의 물밑작업을 통해 제일은행 인수가 기정사실화됐으나 막판에 등장한 스탠다드차타드은행(SCB)에 고배를 들고 말았다.


금융계 관계자는 "HSBC가 자산규모 세계 2위의 글로벌 은행이란 위상에 걸맞지 않게 한국 금융시장과는 유독 인연을 맺지 못했다"며 "이번에는 4전5기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HSBC 서울지점은 대구 인천 대전 등 3개 광역시에 점포를 각각 1곳씩 신설하기로 하고 최근 금융감독원에 점포 설립 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HSBC가 서울을 벗어나 본격적인 영업망의 광역화를 선언한 셈이다.


외국계 은행 관계자는 "제일은행 인수 실패로 외국계 은행 가운데 상대적으로 규모 면에서 열세에 놓이게 된 HSBC가 초조해하는 것 같다"며 "LG카드와 외환은행 인수에는 총력전을 펼 것"으로 내다봤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