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신 회장 "글로벌 개성상인 키우러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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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상인 기질만 제대로 활용하면 한국은 글로벌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습니다."
'네덜란드의 개성상인'으로 통하는 박영신 보나미텍스그룹 회장(55)이 최근 모국을 찾았다.
국내에 유럽 도제(徒弟) 훈련 방식으로 무역 실무를 철저히 가르치는 경영대학원(MBA)을 설립하기 위해서다.
그는 자신이 성공을 거둔 브랜드 이름을 딴 '빈치스타(Vincistar)' MBA과정과 장학재단 설립 문제를 고려대 국제대학원과 협의하고 있다.
26일 기자와 만난 박 회장은 "한국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국제 상인을 많이 길러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국제상인으로 커오면서 얻은 경영 노하우를 국내 후배들에게 전수하는 것이야말로 애국이라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선경 네덜란드 지사 주재원으로 유럽 생활을 시작한 박 회장은 1980년 단돈 200길더(약 12만원)로 '빈치스타'라는 중저가 브랜드를 개발,유럽 의류업계의 거상(巨商)이 된 입지전적인 인물.유럽인 10명 가운데 2~3명은 빈치스타 옷을 입고 있을 정도로 유럽에서는 '옷을 가장 많이 판매한 동양인'으로 유명하다.
지금까지 유럽 시장에 판매한 옷은 어림 잡아 2억5000만달러어치다.
박 회장은 아무리 좋은 상품을 생산하려고 노력해 봐야 제조업자 열 명이 국제 상인 한 명을 이겨낼 수 없다고 말한다.
국제 상인은 세계를 자신의 공장으로 이용할 줄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네덜란드 상인들은 전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최고 경쟁력을 갖춘 상품을 발굴,소비자들에게 공급한다.
막강한 유통망을 활용,자체 생산 시설 없이도 높은 이윤을 챙기는 네덜란드 상인들의 생존 방식을 한국이 본받아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박 회장은 자신의 성공 원인도 인도나 중국의 오지까지 찾아 다니며 가장 좋은 품질의 옷을 싼 가격에 유럽 시장에 공급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을 하청공장으로,일본을 연구개발(R&D) 센터로 활용해 만들어진 제품을 한국인들이 세계시장에 내다 팔면 얼마든지 승산이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박 회장은 "한국이 국민소득 2만달러를 달성하려면 국제상인을 육성하는 일과 함께 이들을 배후에서 지원할 물류산업 경쟁력을 키우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당부했다.
그는 국내에서 '나는 네덜란드 개성상인''네덜란드 개성상인의 국제경영 이야기' 등 베스트셀러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