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이 국내 외환시장에 또다시 '환(換)투기 경계령'을 내렸다. 중국의 위안화 절상이라는 대형 변수를 틈탄 외국계 헤지펀드 등 환투기세력의 준동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다행히 그동안 원화값이 꾸준히 절상된 데다 엔·달러 환율도 안정을 찾는 모습이어서 당장 환투기가 성행할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그러나 헤지펀드의 파괴력을 감안할 때 긴장의 고삐를 늦출 수 없다는 게 외환당국의 판단이다. ◆투기세력,꼼짝마! 외환당국(재정경제부+한국은행)은 25일 서울외환시장이 문을 열기 전부터 강력한 '구두(口頭)개입'에 나섰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중국 위안화 절상을 계기로 조직적인 환투기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모든 정보망을 가동해 철저한 감시에 들어갔다"며 "환투기 조짐이 포착될 경우 외환당국이 적절한 시장개입을 통해 상대방에게 손해를 안겨줄 계획"이라고 경고했다. 환투기 세력이 행동에 나서기 전에 미리 '꿈 깨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외환시장 개입자금이 부족할 것이라는 일부의 견해도 기우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관계자는 "실탄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엔 한은의 발권력을 동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가(傳家)의 보도(寶刀)'까지 빼든 셈이다. ◆이미 공룡이 된 환투기세력 외환당국이 이처럼 선수(先手)를 치고 나온 이유는 원화환율에 미치는 역외 환투기세력의 파괴력이 그만큼 강력하기 때문이다. 일단 '작전'이 걸리면 제어하기 힘들다는 판단이다. 국내 은행 딜러는 "역외 투기세력은 한 번에 10억달러 이상씩 동원하는 반면 국내에는 1억달러 정도도 마음대로 매매할 수 있는 곳이 드물다"며 "환투기세력에 비하면 국내 외국환은행은 '구멍가게'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외국계 헤지펀드의 외환운용 시스템이 국내 딜링룸에 비해 훨씬 자유스럽다는 것도 '전투력'을 배가시키는 요인이다. 외국계 은행 관계자는 "국내 딜러들은 매일 손익계산서를 작성해야 하고 일정한 손해를 입을 경우 무조건 손절매를 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내부규정에 얽매여 있는 반면 헤지펀드는 먹잇감이 생기면 항복할 때까지 무차별 공격을 가한다"고 설명했다. ◆환투기 폭풍,한국은 비껴가나 전문가들은 그러나 당분간 역외 환투기세력이 한국을 타깃으로 삼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원·달러환율이 꾸준히 낮아져 추가적으로 먹을 게 별로 없다는 진단이다. 원화가치는 위안화 절상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한 지난 2002년 이후 25% 이상 높아져(환율 하락) 일본 대만 등 다른 아시아국가들에 비해 절상폭이 두 배 이상 큰 상황이다. 오재권 한은 외환시장팀장은 "위안화가 절상된 지난주 목요일 이후 아시아시장을 기웃거리는 국제 핫머니들이 중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며 "그동안 많이 절상된 원화와 엔화는 딸 확률보다 잃을 확률이 높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안재석·김동윤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