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째 파업을 벌이고 있는 아시아나 조종사노조가 24일 오후 농성장소를 속리산으로 바꿔 그 배경이 궁금해지고 있다. 노조는 17일 총파업에 들어간 이후 줄곧 머물던 인천연수원과 계약이 24일 정오에 종료돼 숙영지를 속리산 인근 신정유스타운으로 이동한다고 밝혔다. 이들이 농성장을 김포공항 인근의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 본사나 주요 근무처인 인천ㆍ김포공항과 아무 연관이 없는 속리산으로 택하자 그 이유를 놓고 공항 주변에서는 그럴듯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노조가 차량편으로 서울과 4시간 거리인 속리산에 가면 노사 협상이 불편해지고 협상이 타결돼도 근무지 투입에 시간이 걸리는데도 굳이 투쟁무대를 옮긴 것은 이탈자 방지와 사측 압박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게 제시되고 있는 것. 조종사노조의 농성장소 이동 구상은 17일 파업이 시작된 직후부터 차츰 감지됐다. 장기투쟁에 대비해 속리산과 남원 등을 차후 농성장소로 물색하고 있다는 얘기가 파업 직후 노조 주변에서 흘러나왔던 것이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속초와 강화도 모 유스호스텔 등을 알아보고 있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하지만 노조는 처음에 생각했던 속리산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노조는 파업이 예상보다 길어지자 `국민 불편을 볼모'로 파업을 강행하는 것에 회의를 느끼는 조합원이 늘고 탈퇴자도 증가하는 등 결속력이 약화되는 것을 우려해 교통이 불편하고 외부 접촉도 쉽지 않은 속리산으로 옮겨간 것으로 보여진다. 노조의 이런 행동에는 사태를 조기에 해결하려는 진지한 모습이 결여돼 있다는 지적이 많다. 22일 오후에는 96명이 단체헌혈에 나서 단기간에 파업을 끝내려는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받았다. 이 회사 운항규정에 `비행근무 전 72시간 이내의 수혈은 금지한다'고 규정돼 타인에게 헌혈을 하면 최소 3일 이내에는 운항에 나설 수 없기 때문. 노조 관계자는 농성장의 속리산 이동과 관련해 "400여명에 가까운 인원이 머물 곳을 찾다보니 속리산을 선택하게 됐다. 교섭에는 계속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기자 z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