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성 회장 체제로 재편됐던 두산그룹이 형제 간 경영권 분쟁에 휩싸였다. 두산은 박용성 회장으로의 그룹 경영권 승계가 부당하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검찰에 제출한 박용오 ㈜두산 명예회장을 그룹에서 퇴출시키기로 했다고 21일 발표했다. 두산은 "박용오 명예회장이 회사 가치가 오른 두산산업개발을 계열분리해 독립하려는 시도를 해왔다"면서 "장남인 박용곤 그룹 명예회장을 비롯한 형제들이 이를 경고하고 가족회의를 통해 박용성 회장(3남)에게 회장직을 경영승계키로 결정했으나 박용오 명예회장(2남)측은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산은 이 같은 박용오 명예회장의 반발이 부친인 고 박두병 회장의 '공동소유와 공동경영'이라는 원칙을 어긴 모럴해저드로 간주해 박용오 명예회장을 그룹에서 퇴출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용오 명예회장은 이에 앞서 박용성 회장,박용만 ㈜두산 부회장(5남)과 그 측근들이 비자금을 조성하고 외화를 밀반출하는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이 진정서에는 박용성 회장 등이 20년간 17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비자금을 조성하고 800억원대의 외화를 밀반출했다는 주장이 계좌번호 등과 함께 적시돼 있다. 박용오 명예회장은 이날 저녁 자신이 총재로 있는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금번 박용성 회장의 그룹 회장 승계는 정당성이 없는 것으로서 원천무효임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박용오 명예회장이 진정서를 제출함에 따라 내용 검토에 들어갔다. 김홍열·오상헌·정인설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