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이 하이힐을 신는 것은 한껏 멋을 부리고 성적 매력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한다. 팽팽하게 긴장된 다리선에 곧추세워진 허리,그리고 걸을 때마다 약간씩 움찔대는 엉덩이는 우아하기까지 하다. 굽 높은 하이힐은 곧 멋쟁이 여성의 상징이기도 하다. 한때는 얼마나 유행을 타는 하이힐을 신느냐가 할리우드 스타의 기준이 되기도 했는데,마릴린 먼로는 "나를 성공의 길로 높이 들어 올려준 것은 바로 하이힐이었다"고 고백할 정도였다. 여성들의 멋과 자존심이라는 하이힐이지만 그 유래를 들여다 보면 전혀 엉뚱하다. 키가 작은 루이 14세가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하이힐을 신었다는데 귀족들이 다투어 따라 하는 바람에 유행이 됐다고 한다. 남성이 하이힐을 보급시킨 셈이다. 기원전에 그려진 그리스의 고분벽화에도 하이힐을 신은 사람은 남자다. 하이힐은 또 실용적인 이유로 애용됐다고 전해진다. 중세 서양의 도시들은 화장실이 변변치 않아 사람들의 배설물이 거리에 넘쳐났다고 한다. 결국 오물들을 피하기 위해 남녀가 궁여지책으로 신은 신발이 하이힐이었다는 것이다. 베르사유궁전에 아예 화장실이 없는 것만 봐도 당시 상황을 짐작할 만하다. 지금 모양의 하이힐은 루이 15세의 연인이었던 퐁파두르가 뒷굽이 높은 구두를 신으면서부터라고 한다. 루이 16세의 부인 마리 앙투아네트는 수백 켤레의 구두를 가질 정도로 하이힐에 집착했다. 여성들만의 하이힐 시대는 1920년대에 열렸다. 남성의 굽은 점점 내려가는 반면 여성의 굽은 가늘어지면서 점차 올라간 것이다. 한없이 높아질 것만 같던 여성 구두의 굽이 낮아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멋보다는 건강을 중시하는 웰빙바람 때문이라는데 하이힐 코너를 없애 버린 백화점도 생겼다. 중국의 사상가 노신이 새로운 형태의 전족(纏足)이라고 하이힐을 비판할 때는 물론이고,하이힐이 뒤꿈치를 자극해서 등뼈와 두뇌 등에 심한 자극을 전달한다는 유해론도 '멋' 앞에서는 무시되기 일쑤였다. 이런 하이힐이었기에 그 운명에 더욱 관심이 쏠리는 것 같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