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미니밴의 대명사 카니발은 기아자동차를 외환위기의 수렁에서 건져낸 1등 공신.이 카니발이 지난 98년1월 첫 출시 이후 7년반 만에 풀체인지 모델로 탈바꿈했다. 제3세대 카니발인 그랜드 카니발은 구모델에 비해 훨씬 세련된 모습을 하고 있다. 강렬한 이미지의 헤드램프가 달린 앞모습은 깔끔하면서도 강인함이 느껴진다. 뒷모습은 역동적인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를 연상케 한다. 운전석에 앉자 시트(좌석)를 조정하는 '시트 콘트롤러'가 한눈에 들어온다. 운전석 모양으로 만들어진 콘트롤러는 8개 방향으로 조절이 가능하고 적절한 시트 위치를 저장시켜 놓기만 하면 다시 탈 때도 자동으로 시트가 조정된다. 실내공간은 11인승 답게 널찍했다. 실내 크기를 결정하는 휠베이스(앞·뒤바퀴축간 거리)가 3020 mm로 국산 경쟁차보다 넓고 해외 유명 미니밴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손쉬운 조작으로 시트를 다양하게 배열할 수 있도록 한 점도 돋보였다. 1열과 2열 시트는 풀플랫 기능이 가능해 장거리 여행시 편안하게 누울 수 있는 휴식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3열과 4열은 앞으로 접히는 기능이 있어 짐을 실을 때 편리하다. 계기판은 진한 파란색으로 포인트가 들어가 눈에 잘 띄었다. 키를 꽂고 돌리자 부드럽게 시동이 걸린다. 디젤차치고는 시동음이 부드럽고 엔진소음도 작다. 몸집이 커서 운전하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금세 사라졌다. 한 번에 못돌 것 같은 좁은 길에서도 유턴이 가능했다.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는 회전반경 제어장치(VRS)가 회전반경을 줄여주기 때문이라는 게 회사측 설명.기존 카니발에 비해 차체는 더 커졌는 데도 회전반경은 더욱 줄었다는 것이다. 가속 페달에 발을 대자 차는 기다렸다는 듯이 나가고 속도계는 어느새 100km를 훌쩍 넘어선다. 속도계가 150km를 넘었는 데도 소음이나 떨림이 별로 없고 가속에도 여유가 있는 느낌이다. 과속 방지턱이나 요철을 넘을 때도 충격이 별로 전해지지 않았다. ABS와 17인치 대형 브레이크 디스크를 적용한 브레이크는 밀리지 않고 원하는 위치에 차를 세워준다. 첨단 사양들을 대거 적용한 것도 강점.자동 슬라이딩 도어 기능을 채택,핸들을 가볍게 당기자 '윙' 소리를 내며 문이 자동으로 열린다. 무선 리모컨을 이용하거나 문 옆의 스위치를 눌러도 슬라이딩 도어를 열 수 있다. 시승을 마치고 주유계를 확인해봤다. 150km를 달렸는 데도 주유계의 눈금은 한칸 정도만 줄었을 뿐이다. ℓ당 10.2km(자동기준)에 달하는 연비도 요즘같은 고유가 시대에는 놓칠 수 없는 매력이다. 그랜드 카니발은 11인승 승합차로 분류돼 연간 자동차세로 6만5000원만 내면 된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