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의 고객전담역인 백영숙 과장은 고객 유치를 위해 시화공단의 A업체를 찾았다. 사장은 시설확장에 30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며 대출조건을 물어왔다. 백 과장은 갖고 간 노트북을 켰다. A업체의 재무현황 필요자금 등을 입력하니 화면에 금리와 대출한도가 자동으로 떴다. 예전에는 다시 본사로 들어와 금리조건과 대출한도 등을 확인한 뒤 다음날 재방문해 결과를 전달해야만 했다. 상담에서 의사결정까지 보통 2~3일이 걸리던 대출영업이 즉석에서 마무리됐다. 백 과장의 사례는 요즘 달라진 은행 영업 풍속도의 한 단면이다. 은행들이 영업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신무기’를 속속 도입하고 있는 것. 백 과장이 현장에서 대출영업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산업은행이 이달 초 '이동식 여신 마케팅 시스템'을 개발하고 이를 탑재한 노트북 컴퓨터 160여대를 고객전담역들에게 지급한 덕분이다. 이 시스템은 산업은행의 여신상품을 비롯 기업들의 신용정보와 산업별 최신 정보,금융시장 정보 등을 조회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예전에는 이런 기초 정보 수집에만 하루 이상이 걸렸지만 이젠 영업 현장에서 본점 네트워크에 접속,5분 만에 모든 정보를 전송받을 수 있게 됐다. 특히 금융시장 상황과 담보 대출규모 대출기간 등 고객이 필요로 하는 거래조건에 따라 현장에서 즉시 적용금리를 산출할 수 있는 금리설계 '시뮬레이션' 기능도 갖추고 있다. 산업은행 박종택 여신기획팀장은 "개별 고객에 대한 여신금리는 해당 고객의 신용도와 시장금리 등 복합적 요소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그동안은 현장에서 정확한 수준을 제시하는 것이 불가능했다"며 "이동식 여신 마케팅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고객의 니즈(needs)에 맞춘 최적의 상품과 대출조건을 현장에서 제시,영업력을 높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최근 전국 영업점의 모든 VIP룸에 화상상담 시스템을 구축했다. 매일 오후 4시부터 2시간 동안 온라인 화상을 통해 펀드를 직접 운용하는 펀드매니저와 전국 영업점의 판매직원 또는 투자자가 동시에 상담을 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매일 평균 20여명의 고객이 원격지에서 펀드매니저로부터 직접 상담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기존 시스템을 업그레이드,8월부터는 동시에 200여명이 참가할 수 있는 첨단 원격 화상상담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하나은행도 웰스매니저 본부에 컨퍼런스 콜 시스템을 구축,외부 영업을 하는 웰스매니저들이 사무실에 들어오지 않고도 전화회의 시스템을 통해 세무 법률 상품 담당자들과 동시에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월터 리스턴 전 씨티은행 회장은 '씨티은행의 최대 라이벌은 체이스맨해튼은행이 아니라 IBM'이라고 말할 정도로 IT경쟁력은 은행 경쟁력의 핵심"이라며 "이런 추세에 맞춰 은행 영업방식도 첨단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 중"이라고 설명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